동물자유연대의 ‘반려동물 입양 행사’ 포스터 |
평소 걱정과 고민을 사서 하는 내가 유기견 입양을 결정하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자 냥집사인 친구가 제안했다. “휴대폰으로 눈팅만 말고 보호센터에 직접 가 보는 건 어때? 애들 노는 모습도 보고 마음에 들어오는 아이가 있으면 찬찬히 살펴보기도 하고.” 그 한마디에 나는 반 년간의 미친 클릭질을 멈추었고, 보호센터 방문 세 번째에 수리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반려동물 입양에 준비와 각오? 당연히 필요하다. 그렇다고 행동은 않고 뜸만 들이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음, 경험자로서 추천하지 않는다. 수리와 함께하고 보니 허송세월한 반 년이 그렇게 아까울 수 없더라는 것. 나처럼 입양 생각은 굴뚝 같지만 걱정이 많은 사람, 행동 장애와 결정 장애를 앓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가볍고 발랄하게 시작하는 입양의 길을 활용해 보자.
서울시 마포구에는 ‘아름품’이라는 입양 카페가 있다. (사)동물권행동 카라에서 운영하는데, 구조된 동물들이 카라 직원과 자원 활동가들의 보살핌 속에서 어울려 지내며 새 가족을 기다리는 공간이다. 이름은 카페지만 일반적인 애견 카페와 달라 사람을 위한 테이블이나 다양한 먹거리가 준비돼 있지는 않다. 다만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보호 중인 아이들과 놀아줄 수 있다.
반려동물 입양을 원하지만 유기동물 보호센터 방문이 부담스럽다면 아름품에 가서 일단 만나고 같이 놀아 보자. 그러면서 과연 나는 입양할 준비가 돼 있는지, 나와 케미가 맞는 아이는 누군지 가늠해 보자. 아름품에서 아이들과 교감하고 친밀도를 쌓아 가는 동안 반려인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다잡고 필요한 정보를 하나씩 갖추어 가는 것도 입양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큰 이점이다.
입양 카페 아름품에서 보호 중인 애교 만렙 ‘미일이’ |
반려동물 입양 행사도 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개최하는데, 제목은 ‘입양 행사’지만 참여한다고 입양이 의무는 아니다. 행사 주최측은 매회 입양 행사를 앞두고 라인업을 공개한다. 이름과 성별 그리고 특징을 기록해 행사 전에 선을 보이는 만큼, 참가하는 이들도 기본 정보를 숙지한 상태에서 마음의 점을 찍어 둔 아이에 집중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 입양 상담도 진행하며, 지금 키우고 있는 반려동물의 친구를 만들어 줄 계획이라면 기존 반려동물의 성향과 생활 환경 등을 고려해 친구로 적합한 아이를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지난 2018년 11월에는 ‘고양이 특집’을 마련해 고양이 입양과 임시 보호를 원하는 이들을 초청했는데, 일찌감치 신청이 마감됐고 현장에서는 간이 의자까지 동원됐다는 후문.
이 밖에도 봉사 활동을 하며 입양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카라 봉사대는 한 달에 한 번 봉사지를 방문해 청소와 간식 급여 그리고 교감 활동 등을 한다.
호기심에 참가했다가 동정심으로 덜컥 입양하게 되면 어떡하냐고? 그런 걱정은 꿈에 가깝다고 하겠다. 아름품이든 반려동물 입양 행사든 당장 입양할 순 없다. 반려인의 준비 상태와 입양 환경 등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 합격점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니, 괜한 부담이나 두려움은 내려 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첫 발을 떼 보자. 더디 가면 어떤가. 중요한 건 ‘걸음’이다. 생각의 걸음이 아니라 실제로 내딛는 한 발 한 걸음 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동물자유연대, 카라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2호 (19.01.15)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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