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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범의 내 인생의 책]② 앵무새 죽이기 - 하퍼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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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를 괴롭히지 마라

경향신문

1960년 출간된 <앵무새 죽이기>는 1930년대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흑인 인종차별과 소수집단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젊은 백인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된 흑인 남성 톰과 그를 목숨 걸고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 핀치를 다룬 이 소설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야기의 구조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변호사의 딸인 스카웃이 6세 백인 소녀의 시각으로 이 사건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풀어낸 점도 반향을 일으켰다.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1930년대 미국의 모습과 계층, 인종 간의 첨예한 갈등을 그린 <앵무새 죽이기>는 출간 60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전 세계 수많은 독자에게 읽히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 다양한 형태의 편견과 불평등, 소수를 향한 횡포와 차별이 존재한다는 방증의 다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가 주변에 힘없고 죄가 없는 많은 ‘앵무새’를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공격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진지하게 묻고 있다. 나아가 사회적 약자를 향한 관심과 배려, 실천적 행동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가르쳐준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로 꼽히는 <앵무새 죽이기>는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도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다.

이 소설을 발간하고 이듬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하퍼 리는 2016년 향년 89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자신의 최초이자 최후의 소설인 <앵무새 죽이기>를 남기고 떠난 작가는 마지막까지 앵무새들이 빛나게 날갯짓하는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최해범 창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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