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5·18묘역 힌츠페터 기념공원 안에 이장키로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인 김사복씨와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에서 다시 만난다.
광주시는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택시운전자 김사복씨를 유족과 시민의 바람에 따라 옛 5·18묘역에 안장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시는 지난 19일 옛 5·18묘역 안장을 위한 관련단체 회의를 열어 이렇게 결정했다. 회의에는 5월단체와 시민단체 등 9개 단체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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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김씨의 유해는 경기 양주에 있는 천주교 청량리성당 묘지에서 5·18 희생자들이 처음 묻힌 옛 5·18묘역 들머리에 마련된 힌츠페터 기념정원으로 이장될 예정이다. 이장 시기는 공원 조성 3돌을 한두달 앞둔 내년 3~4월께로 예상된다.
2016년 만들어진 힌츠페터 기념정원에는 현재 그의 손톱과 머리카락이 무등산 분청사기함에 담겨 안장돼 있다. 힌츠페터는 2005년 광주를 방문했을 때 5·18기념재단에 자신의 손톱과 머리카락 일부를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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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5·18 이후 4년 만인 1984년 12월19일 지병이 악화해 세상을 떠났다. 1932년 함경남도 원산 출신인 김씨는 일제 강점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고, 독학으로 영어를 공부해 서울 지역 호텔 주변에서 외국인 전용 택시를 운영했다.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일본 특파원이던 힌츠페터 등 외신기자들과도 친하게 지냈다. 힌츠페터는 김씨의 도움으로 1980년 5월20~21일과 같은 달 23일 광주를 두차례 취재했다. 김씨는 그를 태우고 광주에 두번째 들어갈 때는 노출을 우려해 차량을 바꾸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 힌츠페터가 취재한 5·18 당시 화면은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김씨는 5·18 이전부터 힌츠페터나 한국의 민주화 운동가들과 인연을 이어왔다. 김씨의 아들 김승필씨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1975년 10월 힌츠페터가 장준하 선생이 의문사한 경기도 포천의 약사봉을 찾을 때도 김씨는 함석헌 선생 등 재야 민주인사와 동행했다. 이 사진은 김씨가 단지 힌츠페터를 위해 택시를 운전한 것이 아니라, 그 자신이 민주화 운동에 관심을 갖고 참여했음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 힌츠페터는 2003년 제2회 송건호 언론상을 받으며 “용감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씨에게 감사하다. 그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장이 이뤄지면 살아서 끈끈한 우정을 나눴던 두 사람은 약 40년 만에 해후하게 된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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