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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 ‘노딜 브렉시트’ 대비 박차…비상 재원으로 병력 강화·선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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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아무런 협상과 조약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문이 부결돼 사실상 합의 없이 EU와 헤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로이터 따르면, 메이 내각은 18일(현지 시각) 오전 열린 회의에서 노딜 브렉시트를 위한 ‘컨티전시 플랜(비상 계획)’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메이 총리 대변인은 "정부의 우선 순위는 협상을 계속한다는 것이지만, 우리는 이제 준비를 강화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과 시민들도 노딜 브렉시트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지침이 나오는대로 자세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메이 총리는 이미 전날 노딜 브렉시트 상황에서 비상 재원 마련을 위한 20억파운드(약 2조8700억원) 규모의 '컨틴전시 펀드’를 언급했다. 메이 내각은 이 비상 자금을 내무부, 환경부, 식품부 등 각 부처에 배정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8년 12월 17일 하원에 출석해 말하고 있다.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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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영국 재무부는 지난해 예산안에서 노딜 브렉시트에 대비하기 위해 30억파운드(약 4조3000억원) 상당의 예산을 별도로 책정했다고 했다. 재무부는 이번주 내로 이 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를 위한 병력, 의료품과 식료품 등 원활한 화물 수송을 위한 선박 확보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우발적인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정부 부처를 지원하기 위해 정규군과 예비역 3500여명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 정부가 노딜 브렉시트 대비에 박차를 가하는 건 다음달 영국 의회 투표에서 지금의 브렉시트 합의문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는 현재 브렉시트 합의문의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문제삼고 있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후 영국에 속하는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으로 남는 아일랜드의 국경 문제에 관한 타협안이다.
그동안 영국 보수당 등 강경파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적용한다고 주장했고, EU는 북아일랜드도 EU 관세동맹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결국 EU와 영국은 지난달 타결한 합의문에 하드 보더에 관한 합의를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기는 ‘백스톱(안전장치)’을 추가했다. 보수당 강경파는 백스톱이 발동될 경우 EU의 식민 지배를 받는 것과 같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EU는 백스톱과 관련한 영국과의 재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브렉시트 기한이 내년 3월 29일로 예정된 상황에서 협상안이 의회 비준을 받지 못하면 노딜 브렉시트는 현실화 된다.

노딜 브렉시트는 EU와 영국 간 교역·이동 등의 조건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영국 경제·정치 등 전반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경우, 영국은 EU 회원국과 개별적으로 모든 조약을 맺어야 하지만, EU 국가들은 영국에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야당인 노동당은 내각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케이어 스타머 노동당 대변인은 이날 의회에 출석해 "노딜 브렉시트는 진짜 실행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며 "그것은 정치적 속임수"라고 일갈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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