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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시진핑 “영원히 패권 추구 않는다”…미국에 또 ‘유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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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 40돌 기념 연설

“자국의지 타국에 강요하거나

강자라며 악자 깔보기 반대”

미국과 무역전쟁 휴전 상황 고려한 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개혁·개방 40돌 기념식에서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평화 발전’ 노선을 재확인했다. 협상 국면으로 접어든 무역전쟁을 의식한듯 미국에 대한 비판도 누그러졌다.

시 주석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중국은 방어형 국방정책을 시행하며, 중국의 발전은 어떤 나라에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어떤 수준으로 발전하더라도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중국은 다른 나라의 이익을 희생시켜 자신을 발전시키지 않을 것이며, 결코 자신의 정당한 권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자국의 의지를 타국에 강요하거나, 다른 나라 내정에 간섭하거나, 강자라며 약자를 깔보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제 정의를 수호하고 국제 관계의 민주화를 제창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중국의 대표적 대외적 선언인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1972년 ‘굴을 깊게 파고 식량을 비축하며 패자를 칭하지 말라’는 마오쩌둥의 지시에 처음 등장한다. 미-소 대결 틈바구니에서 제시된 대외 전략으로, 칼 빛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도광양회’와 비슷한 맥락이다. 이후 역대 지도자들이 직접 거론해온 노선이지만, 중국이 세계 2위 경제국으로 부상하면서 의심을 받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패권주의와 강권 정치에 선명히 반대하는 기치를 든다”며 미국을 의식한 듯한 말도 했다. 그러나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는 미국 및 주변국들에 유화적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지도부는 올해 내내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비난해왔지만, 이번 연설에서는 빠졌다. 시 주석은 6월 칭다오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9월 베이징 중-아프리카 협력포럼 정상회의,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 11월 상하이 국제수입박람회 등에서 한 공개 연설에서 ‘보호주의’와 ‘일방주의’를 직접 비판했다. 그는 이번에는 “우리는 개방적이고, 투명하고, 포용적인 다자무역 체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방주의 등 부정적인 표현 대신 ‘다자 체제’라는 말로 자유무역 질서에 대한 지지를 강조한 셈이다. 이 역시 무역전쟁이 ‘90일 휴전’으로 접어든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시 주석은 대외적으로는 유화적 어투를 보이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중국몽’ 등의 표현으로 중국 민족주의를 강조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개혁·개방을 끝까지 진행해 중화민족의 더 큰 기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혁·개방은 중화민족 발전 역사상 위대한 혁명이며, 이 때문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업이 비약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공산당 및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은 ‘개혁·개방과 중국 특색 사회주의 추진’과 함께 3대 역사적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지도 이념인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개혁·개방과 동격으로 놓은 셈이다.

시 주석이 연설 도중 “양표(식량표), 포목표, 육표, 어표, 유(기름)표, 두부표 …”라며 계획경제 시절 물품 배급 교환권을 나열하자 좌중에서 웃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그가 “이런 것들은 모두 역사 박물관에 가버렸다”고 하자 큰 박수가 터졌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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