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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티맥스, KB국민은행 상대로 ‘을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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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선정 절차 불공정 주장, KB국민은행 “제안서에 부합”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 티맥스소프트가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KB국민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도입사업 ‘더 케이 프로젝트’의 절차상 불공정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선협상대상자가 제안하지 않은 외국 기업 제품이 선정됐고, 제안요청서(RFP)에 포함됐던 티맥스 SW는 아무런 검증도 받지 못하고 배제됐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반면 KB국민은행은 “티맥스의 SW가 국내 은행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가 없고, 제안된 제품은 변경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한국일보

티맥스소프트 김동철(왼쪽) 대표이사와 티맥스데이터 이희상 대표이사가 18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 케이 프로젝트의 불공정성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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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케이 프로젝트가 뭐길래

더 케이 프로젝트는 KB국민은행이 오는 2020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 클라우드 기반 차세대 금융시스템이다. 총 사업비가 3,000억원이 넘는 올해 하반기 금융권 최대 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이라 SW업계가 주목해왔다.

지난 10월 17일 ‘더 케이 프로젝트 상품서비스계 고도화 및 마케팅 허브, 비대면 재구축’ 사업은 LG CNS를 따돌린 SK(주) C&C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티맥스에 따르면 SK C&C는 제안요청서를 통해 KB국민은행에 2가지 안을 제안했다. 1안은 미들웨어(서로 다른 하드웨어와 프로토콜 등을 연결하는 응용프로그램)로 티맥스소프트 ‘제우스’,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티맥스데이터 ‘티베로’와 IBM의 ‘DB2’다.

2안은 오라클의 미들웨어 ‘웹로직’과 오라클 DBMS 조합인데, 제안되지 않은 IBM의 미들웨어 ‘웹스피어’까지 중간에 검토됐다는 게 티맥스 주장이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이사는 “제안된 3개 제품 중 우리 SW만 기술 검증을 받지 못했고, KB국민은행이나 SK C&C로부터 기술 검증 배제에 대한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결국 IBM만 가격을 제출해 해당 제품이 선정되는 웃지 못할 결과가 생겼다”고 밝혔다.

◇을이 강공 선택한 이유는

SW업계에서 사업 발주처와 입찰자는 갑을 관계다. 을인 티맥스가 기자회견까지 열어 공개적으로 발주처를 공격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다. 티맥스는 “사회적으로 공유를 해 앞으로는 공정한 입찰 절차가 자리잡기를 바란다”고 강공 선택 이유를 설명했다.

티맥스는 KB국민은행에 제출된 제안요청서 변경은 가능하지만, 입찰에 참여한 기업에는 공정한 경쟁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티맥스소프트 김 대표는 “경쟁을 해서 입찰에서 떨어졌으면 당연히 수용하겠지만, 이기거나 질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그냥 IBM과 따로 만나 계약을 하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여러 기업으로부터 RFP를 받았기 때문에 국내 유일 시스템 SW 업체로서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달 11일 더 케이 프로젝트 경쟁 결과가 발표되기 전인 6일에 KB국민은행 IT를 총괄하는 대표 일행이 한국IBM 담당 임원과 해외 출장을 가기도 했다”며 공정성에 의구심을 제기했다.

함께 기자회견을 한 티맥스데이터 이희상 대표이사도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는데 입을 닫고 있으면 우리 SW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향후 사업 수주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진심이 시장에 전해지면 되레 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 반박, 공은 법원으로

이날 티맥스는 특정 제품 선정 전면 무효, 기술 및 가격 공정한 검토, 재발 방지대책 마련 등의 요구사항을 공개 제안했지만 KB국민은행 측은 “SK C&C 제안서에 프로젝트 라이선스가 아닌 SW 라이선스는 고객과 상호 합의해 변경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다. 제안요청서에 그런 조항이 있다는 것에도 대해서는 SK C&C도 KB국민은행과 같은 입장이다.

티맥스 제품이 기술검증에서 배제된 이유에 대해 KB국민은행은 “제안서에는 티맥스소프트의 티베로가 국내 시중은행 주요업무 시스템에 적용된 사례가 없고, SK C&C의 제안도 내부관리용이라 별도 기술 검증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6일 한국IBM과의 해외출장 주장에 대해선 “동반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았고 KB국민은행 IT그룹 임직원은 자체 일정으로 인도 구르가온 지점을 방문했다”고 일축했다.

엇갈리는 양측의 주장은 법정 다툼으로 번졌다. 티맥스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우상협상대상자 지위확인 및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 심의를 신청했다. 앞으로 금융위원회 등 국내 관련기관에도 일제히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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