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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실종 딸 44년을 찾았는데... 알고 보니 국가는 부모도 안 찾고 美 입양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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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아이 '입양사업' 관련 첫 국가소송
1975년 6세 딸 실종 후 찾아다녔지만
알고 보니 7개월 뒤 미국 입양돼 출국
한국일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실종 아동의 불법 입양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실종가족 피해자인 한태순씨가 발언하고 있다. 1975년 충북 청주시에서 실종된 한태순씨 딸은 입양기관을 통해 미국으로 입양됐고, 이 사실을 모른 채 전국을 돌며 딸을 찾아 헤매던 한씨는 2019년 비영리단체 도움으로 딸과 상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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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찾은 기쁨도 크지만, 그동안 고통 때문에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분합니다."
(44년 만에 딸을 찾은 어머니 한태순씨)

부모는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전국을 헤맸다. 그러다 실종 44년 만에 연락이 왔다. 여섯 살이던 딸은 실종 7개월 만에 미국에 입양되어 50대 미국인이 돼 돌아왔다. 가족들은 44년이나 딸이 살지도 않는 한국을 돌면서 헛걸음을 한 거다. 부모가 자식을 애타게 찾는 동안, 국가는 아이를 미국으로 입양 보내는 일에 사실상 앞장섰고, 해외 입양을 보냈는지조차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미아를 부모에게 돌려보내기는커녕 외국에 넘기는 데 일조한 국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엄마는 소송을 내기로 했다.

한태순씨와 시민단체 아동권리연대 등은 7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입양기관 등을 상대로 총 6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실종 아동을 해외 입양시킨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첫 소송이다.

한씨의 딸은 1975년 충북 청주시에서 실종됐다. 당시 6세이던 딸은 실종 2개월 만에 입양기관으로 인계됐고, 7개월 만에 미국 입양이 결정돼 출국했다. 그러나 한씨를 포함한 가족들은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딸을 찾아 전국을 헤맸다. 그러다가 5년 전 유전자정보(DNA)로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 '325캄라'를 통해 딸을 만날 수 있었다.

한씨 등의 법률대리인 김수정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당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법령이 정한 보호자에 대한 통지·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당한 해외입양이 진행되도록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법률대리인단에 따르면, 부모는 바로 딸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한다. 2개월간 같은 관내에 딸이 있었지만, 정부는 실종 아동의 부모를 찾아주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

한씨 등은 보호기관과 입양기관 책임도 함께 묻기로 했다. 1970~1980년대 20만 명의 해외입양인이 생겨난 배경에 정부와 민간단체의 조직적이고 산업화된 '아동 수출'이 있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 변호사는 "당시 아동을 보호했던 영아원, 입양기관 등은 보호자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다하지 않았다"면서 "미아에 대한 성급한 해외입양 알선으로 아동을 출국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실종 가족들은 아이를 찾다 병들고 재산을 탕진하며 비극적 인생을 산다"면서 "천인공노할 비즈니스를 묵과한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실종 부모들 앞에 백배 사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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