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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공장 해외이전 할수만 있다면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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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CEO 100명 설문 ◆

매일경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침체로 사업을 접는 중소기업이 늘어가면서 인천 남동공단의 한 공장 앞에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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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이전요? 못 하는 것이지, 안 하는 게 아닙니다. 머릿속에는 늘 해외로 가버릴까 생각하는데 마땅한 곳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서 못 하고 있는 거죠."

경상북도에서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중소 화장품 업체 A대표는 "공장 해외 이전을 생각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퉁명스럽게 답했다. 그는 "한국 화장품이 중국에서 인기가 많다는 K뷰티 열풍이 있다지만 생산원가를 감안하면 남는 게 없다고 보면 된다"며 "중국 같은 곳으로 공장을 이전하고 싶어도 현지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면 환영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계속 만들기에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섬유·의류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업체는 이미 한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매력을 잃은 경우다. 회사 관계자는 "한국 노동자들의 손재주가 좋아서 한국 공장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이미 공장이 진출한 베트남 같은 나라 역시 우리 기술에 근접하게 됐다"며 "관세 혜택에 저렴한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사실 한국 공장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내수 부진에 경영 환경 악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면서 중소기업으로 하여금 한국을 '떠나가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해외 이전 계획이 없다고 답한 중소기업은 62곳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중소기업 21곳은 공장 해외 이전을 생각해본 적 있다고 답했고, 특히 8곳의 기업은 공장 해외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공장 이전을 진행 중이라고 답한 곳도 있었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같은 수치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해외 이전 검토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인건비 부담을 꼽는다. 설문조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0.9%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어떻게 되느냐고 질문했더니 중기 CEO 43%가 내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10% 이상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고 답했다. 5~10% 인건비 증가가 예상된다는 응답이 29%로 가장 많았고, 10~15% 부담이 는다는 곳이 21%였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20% 이상 증가한다고 답한 기업도 11%에 달했고, 15~20% 늘어난다고 답한 기업도 11%로 높았다.

[기획취재팀 = 서찬동 차장(팀장) / 안병준 기자 / 조성호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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