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침체된 내수·뛰는 인건비 가장 두려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중기CEO 100명 설문 ◆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서 23년째 절삭공구 제조업을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 대표 A씨는 24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3명을 감원했지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그는 "내수 경기라도 좋으면 버티겠는데 올해 수주량은 지난해 수준에 한참 못 미친다"며 "내년에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 남은 선택지는 문을 닫거나 해외로 떠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내수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주력 산업 침체 등이 맞물려 과거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매일경제가 진행한 설문에서도 내년에 예상되는 기업 경영상 가장 큰 애로 사항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가장 많은 48%가 '내수 부진'을 꼽았다. '인력난 및 인건비 상승'은 33%로 그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분야에서는 인건비 상승, 비제조업에선 내수 부진이 기업 경영의 발목을 잡고 있다. 가뜩이나 중소기업에 취업하겠다는 청년들이 없는데 인건비마저 상승하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이 같은 내수 경기 침체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고 성토했다.

부산에서 섬유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B씨는 "그동안에는 경기 침체가 오더라도 버티는 게 가능했지만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해마다 껑충 뛰기 시작하면서 당장 대출 이자를 갚기도 버거워졌다"고 호소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이들이 폐업하면서 일자리가 감소해 내수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얘기다. 그간 중소기업의 애로 사항으로 단골로 지적됐던 업체 간 과당 경쟁(11%)이나 자금 조달 곤란(4%) 등은 내부 부진과 인건비 상승에 오히려 후순위로 밀렸다.

설문에 참여한 기업들은 정부가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 방향(복수 응답)으로 '내수 활성화'(61곳)를 가장 많이 꼽았다. 내수 부진에서 탈피하는 정책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이어 '노동 현안 및 임금 정책 속도 조절'(55곳)을 많이 주문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16.4% 상승해 역대 최고 상승 폭을 기록했고 내년에 또 10.4% 오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제 현실에 맞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에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마저 고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와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데, 내년에 또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중소기업 부담이 더 가중될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 근로자 신청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34.4%나 줄었다. 중소기업들은 그 이유로 '인건비 부담'(38.3%) '경영 악화'(24.1%) 등을 꼽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 발전과 고용 창출을 활성화하는 정책부터 우선 추진하고, 최저임금은 경제의 수용 능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며 "획일적으로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고 일본처럼 업종별, 미국처럼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어려워진 경영 환경에 금융·세제 지원(20%)도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추진할 정책 방향으로 꼽았고 불공정 거래 개선(17%), 중기 인력난 해소(12%)도 여전히 높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기획취재팀 = 서찬동 차장(팀장) / 안병준 기자 / 조성호 기자 / 양연호 기자 ]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