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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두산과 엔씨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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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143] 치열했던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다. 하지만 야구팬들의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내년을 기다리며 난로 앞에 모여 자유계약(FA)선수의 향방과 다음 시즌을 예상하는 스토브(stove)리그를 시작했다.

올해 스토브리그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KBO리그 최고 포수인 두산 베어스 양의지 선수의 거취였다. 과연 원 소속팀인 두산 베어스에 남느냐 아니면 새로운 팀으로 이적하는가인데, 결과는 후자였다. 양의지 선수는 엔씨 다이노스와 4년 총액 125억원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는 FA 역사상 두 번째 대박 계약이라고 한다. 두산 베어스 열혈팬인 필자 입장에서는 서운하지만, 본인의 능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곳에 잘 갔으니 개인적으로는 진심 어린 축하를 하고 싶다. 그리고 두산 베어스는 과거 박명환 선수부터 작년 김현수 선수까지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급 스타를 한 번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기대를 하지 않은 이유는 아무래도 구단의 재정이 여의치 않다는 데 있다.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주식회사 두산 베어스의 감사보고서를 찾아보면 최대주주는 주식회사 두산이고 2017년 기준 556억원의 매출액과 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액 중 입장수익이나 임대수익은 합쳐도 150억원 남짓하고, 매출액의 34%인 189억원은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에 대한 특수관계자 매출액이다.

매일경제

주식회사 두산베어스 재무제표 주석사항 중 특수관계자 거래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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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입장권 수익과 기타 부대사업으로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에서 1년에 18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오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들 기업의 재무구조와 손익구조가 좋아야 대형 선수를 잡을 수 있는 여력도 생길 것이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중공업, 건설 등 경기도 좋지 않고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또한 우량하지 않다 보니 대형 FA선수를 잡아달라고 마냥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주식회사 엔씨 다이노스의 최대주주인 주식회사 엔씨소프트는 재무구조와 손익구조가 매우 훌륭하다. 2017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현금만 1872억원이고, 예금, 상장주식과 채권, 투자 부동산까지 합치면 2조원에 달하는 금융자산을 보유했다. 킬러 콘텐츠인 리니지의 성공적인 모바일화로 인해 순이익은 2016년 대비 62%나 급증했다.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익이 모두 반영된 주식회사 두산의 연결순이익 405억원에서 양의지 선수의 몸값 125억원은 31%에 해당한다. 그러나 주식회사 엔씨소프트의 순이익 4401억원에서 125억원은 3%에 불과하다. 두산에 큰돈이지만 엔씨소프트 입장에서는 투자해볼 만한 돈으로 보인다.

물론 작은 우리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들 몸값이 너무 부풀려졌다는 비판도 있고 몸값 상한제에 대한 논의도 있어왔다. 그러나 스타급 선수를 영입해서 팀의 성적이 올라가면 관중도 늘어나고 모회사를 알리는 데 공헌하므로 투입액은 충분히 뽑을 수 있다는 계산도 선다. 자본주의에 아주 최적화된 프로야구 시장에서 결국 자금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8년 전 프로야구 제9구단 창단 논의 때 대기업이 아닌 엔씨소프트에 대한 8개 구단의 반응은 매우 시큰둥했다. 세월이 흐른 뒤 엔씨소프트는 그때보다 3배 이상 자산 규모가 커졌고 우량기업으로 잘 성장해서 이제는 대형 FA선수를 영입하는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전통산업에서 4차 산업 시대로 넘어가듯이 프로야구 시장의 판도도 바뀌었다. 어쩌면 요즘 소비자에게 친숙한 네이버, 카카오, 넷마블, 넥슨 같은 대규모 IT·게임 기업들도 프로스포츠 시장에 새롭게 진입하거나 기존 구단을 인수해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든다.

팀 승리 기여도가 매우 높은 대형 포수 양의지 선수가 정규시즌 1위팀 두산에서 10위팀 엔씨로 자리를 옮겼다. 내년에 두 팀의 성적은 어떻게 될지, 두 구단과 모기업의 손익은 얼마나 좋아질지, 히어로즈 구단의 메인 스폰서가 넥센에서 키움증권으로 바뀐 것처럼 어느 기업이 프로스포츠의 세계에 들어올지 등을 관전 포인트로 삼아서 2019년 시즌을 지켜본다면 그 재미 또한 쏠쏠할 것이다.

매일경제

[박동흠 현대회계법인 회계사]

※박동흠 회계사는 삼정회계법인을 거쳐 지금은 현대회계법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15년 차 회계사이며 왕성하게 주식 투자를 하고 있는 개인투자자입니다. 회계사 업무뿐만 아니라 투자 블로그 운영, 책 저술, 강의, 칼럼 기고 같은 일을 하면서 투자를 위한 회계 교육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 분석법' '박 회계사처럼 공모주 투자하기' '박 회계사의 사업보고서 분석법' '박 회계사의 재무제표로 보는 업종별 투자전략'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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