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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북한 감시초소(GP)와 땅굴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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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남측 시범철수 대상 GP를 폭파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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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군사분야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시범 철수를 완료했다. 남북은 지난 12일 각각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서 상대측이 폭파하거나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 GP를 방문해 눈으로 상태를 확인했다. 특히 남측은 북한 GP의 지하에 있는 시설을 확인하는 데 중점을 뒀다.

군은 지난 17일 북한 GP 검증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방부와 합참은 금번 시범 철수한 북측의 GP가 감시초소로서의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것으로 평가하여, 불능화가 달성되었다고 판단했다"며 "특히 북한 GP의 지하시설은 출입구 부분과 감시소·총안구 연결 부위가 폭파되거나 매몰되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지난 12일에 GP 철수 검증을 위해 북한 지역을 다녀온 뒤 "우리측 검증반은 충실한 현장검증을 위해 레이저 거리측정기, 원격카메라 등 다양한 첨단장비를 활용해 북측의 지하갱도 등 주요 시설물의 파괴여부 등도 철저히 확인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북한의 GP가 이처럼 지하 시설물을 갖추고 있는 이유는 감시초소 뿐 아니라 병력을 대기시키는 장소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의 소식통은 "북한의 GP 지하는 우리측과 다르게 매우 넓게 만들어졌다는 게 정보와 작전 전문가들의 분석"이라며 "병력을 수용하고 보급품을 보관할 수 있는 수준의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는 GP를 폭파하는 사진을 보면 남측보다 북측이 훨씬 폭발 규모가 크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남측 GP는 지상 시설물에만 폭약을 설치하면 되지만 북한은 지하 갱도에까지 폭파시켜야 하기 때문이었다. 남측은 GP의 지상 시설 일부가 남아있을 정도로 폭발이 약하고 연기만 자욱한 데 반해 북한은 완전히 붕괴시킬 정도의 폭발력을 필요로 했다.

매일경제

북한GP를 폭파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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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GP를 병력 대기 장소로 삼은 것은 전쟁이 발발하면 기습적으로 지상전 병력을 투입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비무장 지대의 바깥에 있는 부대에서 병력을 출동시키는 것보다 더 신속하게 군사분계선을 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북한은 GP뿐 아니라 비무장지대 인근 곳곳에 지하 통로를 만들어 지상군 투입에 사용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은 산 뒤쪽(후사면)으로부터 파고들어가 군사분계선 가까운 지점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지하 통로로 병력을 이동시킨다"며 "산을 넘어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우리 관측 장비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지하 통로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국장은 "북한이 GP를 철수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 뿐"이라고 강조하며 "이러한 시설은 그대로 유지되고있고 남북의 논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하를 병력 집결과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것은 1970년대에 발견됐던 '남침 땅굴'을 연상시킨다. 비무장지대보다 훨씬 남쪽의 민간 지역까지 뚫어 놓은 땅굴은 단시간내에 대규모의 병력을 이동시킬수 있을 정도로 넓고 크게 만들어져 있었다.

북한군이 기습용으로 또는 한국군·미군의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지하로 파고 들어가는 것은 전방에서 뿐이 아니라 군사시설 대부분을 지하화한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북한 곳곳에 퍼져있는 탄도미사일 기지는 산에 터널을 파서 이동식발사대(TEL)을 넣어둔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한창 진행하고 있을 때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터널을 방문해 이를 시찰하는 장면을 공개한 바 있다.

정찰위성과 무인기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감시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군의 선택은 지하터널일 수밖에 없었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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