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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레이더M] MRO·SI 인수한 PE, 성공 키워드는 `중견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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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본 기사는 12월 14일(09: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MRO와 SI를 인수하는 사모펀드(PE)들이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 강화에 본격 착수할 태세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기업과 시스템통합(SI) 업체를 인수하는 PE들의 경영전략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고 있는 MRO나 SI 업체는 대기업 내에서 핵심 성장동력이 아닌 계열사 경영지원팀과 같은 역할을 하는 기업들이다.

MRO의 경우 각 계열사가 생산하는 핵심제품의 자재나 설비 외에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나. MRO도 Maintenance(유지), Repair(보수), Operation(운영)의 머리글자에서 따온 용어이다. '기업소모성자재', '기업운영자재' 등으로 부른다. 일반적으로 사무용품, 청소용품, 기본 공구 등을 말한다. SI업체도 MRO와 유사하다. System Integrator의 약자로 각 계열사의 전산정보시스템을 설계, 개발, 운용, 보수, 관리 등을 지원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두 회사는 업무 특성상 내부거래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올리고 있으며, 반대로 기업측에서는 지원부서 성격의 회사를 규제한다고 불만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문제는 PE들이 MRO와 SI업체를 인수하면서 이들 회사를 어떻게 키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는 것이다. MRO와 SI업체는 기업별로도 기술력이나 서비스에 큰 차별성이 없다. 대기업을 떠나 주인이 바뀌면 거래처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기업을 인수한 뒤 기업가치를 늘려 되파는 전략을 구사하는 PE들 입장에서는 MRO나 SI업체를 키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우려의 대상이다. 실제 한 PE의 임원은 "MRO나 SI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의 한계가 분명하고, 거래처가 언제 바뀔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를 인수한다는 것은 굉장히 불안한 딜"이라며 "수년간 거래를 끊지 않겠다는 계약을 할 수 있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어떻게 수익을 낼 지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MRO와 SI 인수를 추진 중인 PE들은 국내 중견기업을 영업대상으로 보고 있다. 대기업의 1·2차 협력사는 MRO나 SI 거래처가 없거나, 있어도 대기업 수준 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계열사였던 MRO, SI를 인수하면서 대기업 지분을 남겨둘 경우 해당 대기업의 협력사 영업에 유리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울러 대기업계열사로 남아있을 경우 동반성장위원회가 지정하는 중기적합업종 문제로 영업확대에 어려움을 겪지만 사모펀드가 이를 인수할 경우 신규 영업에서는 규제를 회피할 가능성도 높다.

최근 관련 대기업 인수를 추진 중인 PE 관계자는 "업계에서 대기업 MRO나 SI를 인수한다고 했을 때 '파킹'했다가 되파는 이면계약이라도 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하지만 MRO나 SI가 관계사에만 영업할 수밖에 없는 던 제한에서 풀려난다는 시각에서 보면 보다 기업가치를 더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공략할 경우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같은 경영전략을 기반으로 투자심의위 등에서도 좋은 평가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PE들은 MRO나 SI 기업에 비상장기업이 많은 만큼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개시장을 통해 자본회수, 지분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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