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시세보다 비싸게 주고 사면 어쩌지?”
“택배로 받은 중고 물품 상태가 별로면 어쩌지?”
기자가 수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나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거래할 때면 마음속을 떠나지 않는 걱정 몇 가지가 있었다. 중고임을 고려하더라도 물건 상태가 심하게 안 좋거나, 바가지 가격을 씌우거나, 돈만 꿀꺽하고 잠적하는 전문 사기꾼을 만날 가능성은 늘 존재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는 “그런 게 걱정되면 그냥 정식 매장에서 새 물건을 사는 게 낫다”며 “100% 안전한 중고거래는 없다”고 충고했다. 맞는 말이다. 누가 이 사실을 모르겠는가. 주머니 사정과 타협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고마켓부터 가볼 수밖에 없었던 것일 뿐.
최근 늘고 있는 중고마켓 애플리케이션(앱)들은 이런 소비자들의 걱정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번개장터ㆍ당근마켓ㆍ중고나라ㆍ헬로마켓은 국내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인기 중고마켓 앱들이다.
2010년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중고마켓 앱으로 출시된 번개장터는 지난해 국내 업계 최초로 다운로드 수 1000만을 돌파했다. 한 달에 번개장터에 등록되는 중고거래 물품은 약 150만개, 이곳에서 발생하는 월 거래액은 270억원이다. 번개장터는 네이버가 인수했던 ‘퀵켓’과 카카오가 인수했던 ‘셀잇’이 각각 네이버와 카카오에서 나와 합병되면서 만들어졌다.
국내 중고마켓 앱인 번개장터에서 거래되는 여성 가방들. 최근 중고마켓 앱에서는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부터 1만원 미만의 기프티콘, 화장품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사진 번개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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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자들과 과거에 거래한 이용자들이 올린 후기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도 중고마켓 앱의 장점이다. 판매자 프로필을 클릭하면 바로 아래에 후기가 모두 나온다.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내 연락처를 섣불리 공개하거나 상대방 연락처를 물을 필요도 없다. 번개장터내 ‘번개톡’을 이용하면 모바일 메신저처럼 판매자에게 궁금한 걸 바로 물어볼 수 있다.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를 지향한다. 경기도 판교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전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혔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 위주로 거래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만나서 물건을 확인하고 지불하는 '직거래'가 활발하다. [사진 당근마켓] |
중고나라 앱은 회원 수가 1700만명에 육박하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시작됐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출발한 중고나라는 2014년 법인을 설립하며 IT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회원제 공동구매, 중고차 거래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은 앱보다는 기존 네이버 카페에서의 거래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중고마켓 앱 번개장터에서 거래량이 많은 아이템 순위. |
가장 거래가 활발한 물품은 방탄소년단ㆍ워너원ㆍ갓세븐 등 아이돌그룹을 좋아하는 팬들을 위한 굿즈였다. 대부분 시중에서 더는 구매할 수 없는 한정판 제품들이라 중고마켓 앱에서 많은 거래가 이뤄진다. 중고마켓 앱을 10~20대 연령대가 많이 사용하는 것도 굿즈의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다. 굿즈 중에서도 아이돌 멤버들의 한정판 사진이 들어있는 CD 앨범, 공연장에 갈 때 꼭 필요한 LED 응원봉, 포토카드 등은 찾는 이가 많다.
번개장터 앱에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아이템은 아이돌그룹 팬들을 위한 굿즈(연예인 상품)이었다. 방탄소년단·워너원 등 남성 아이돌 관련 한정판 제품들이 인기가 많았다. [사진 번개장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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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앱서 옷 잘 팔려면 입고 찍은 사진 올려라
의류 제품들은 판매자가 직접 입은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많다. 바닥에 내려놓고 찍은 것보다, 입고 찍은 제품들이 조회수가 높다. 입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대충 알 수 있고, 구김 등이 잘 안 보여 사용감이 덜 느껴지기 때문이다. 중고마켓 앱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앱에서 새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전문 상인들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났다.
모바일 상품권ㆍ기프티콘도 인기 거래 품목이다. 스타벅스ㆍ버거킹ㆍ베스킨라빈스 등 프랜차이즈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쿠폰들이 인기다. 중고 거래인만큼 대부분 10~20% 저렴하게 판다.
중고마켓 플랫폼이 뜨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오퍼업(미국), 카로셀(싱가포르), 메루카리(일본), 좐좐(轉轉ㆍ중국), 퀴커(인도) 등 C2C(개인간 거래) 플랫폼들은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연이어 투자를 유치하고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 같은 중고마켓 앱의 인기를 일컬어 ‘빈테크(貧-tech)’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젊은이들이 중고 물품을 팔아서 여윳돈을 마련하는 재테크 방법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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