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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1월의 크리스마스...러시아 정교회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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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71] 올해 성탄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거리에 성탄절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하지만 같은 신을 믿는데도 성탄절이 올해가 아닌 다음달인 곳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러시아다. 러시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믿는 종교는 가톨릭이나 개신교가 아닌 정교회(Orthodox)다. 정교회는 오늘날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비롯해 러시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조지아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매일경제

러시아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가 지난 10월 14일(현지시간)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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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회의 성탄절은 개신교나 가톨릭의 성탄절인 12월 25일보다 13일 늦은 1월 7일이다. 이는 정교회가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는 16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13세가 제정한 '그레고리력'이 아닌 고대 로마 황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제정한 '율리우스력'을 따르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교회는 여전히 율리우스력을 따른다. 율리우스력 12월 25일은 그레고리력으로는 13일 뒤인 1월 7일이 된다. 같은 정교회 국가인 세르비아와 조지아 등도 율리우스력으로 성탄절을 기념한다. 러시아에서는 성탄절 외에도 율리우스력을 기준으로 한 기념일이 있다. 제정 러시아를 무너뜨리고 러시아를 사회주의 국가로 만든 '10월혁명'이다. 실제로는 1917년 11월 7일에 일어난 혁명이지만 당시 러시아가 쓰던 율리우스력으로는 10월 25일에 해당해 지금도 10월혁명으로 불리게 됐다.

정교회 신자들은 성탄절 이브에 해당하는 1월 6일 '소첼닉'이라는 금식일 전통을 지킨다. 육류나 풍성한 음식을 피하고 '소치보'라 불리는 음식인 밀죽이나 쌀죽, 콩, 야채 등만을 먹는다. 금식은 어둠이 내리거나 하늘에 첫 별이 뜰 때까지 계속된다. 첫 별은 예수그리스도가 태어날 때 베들레헴 하늘에 떠오른 별을 뜻한다. 유럽 및 중동 지역에 있는 정교회들도 각국 고유 전통에 맞춰 성탄 예배 의식을 갖는다.

예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날이 성탄절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정확한 예수 생일을 알지 못한다. 기록이 없어서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 탄생 직후 헤롯왕의 유아 살해 명령으로 예수의 가족들은 이집트에 피신해 있다가 헤롯왕이 죽은 후 이스라엘로 돌아왔다고 되어 있다. 이 때문에 당시 인구조사에 포함되지도 않았을 것이고, 지금의 주민등록에 해당하는 기록도 안됐을 것으로 보인다. 누가복음 2장 8절부터 9절에는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주의 영광이 그들을 두루 비추매 크게 무서워하는지라"고 적혀 있다. 이스라엘 지역은 지중해성 기후다. 겨울철에는 온난성 우기 시즌이다. 이처럼 겨울에는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양을 밖에서 방목하지 않는다. 양 떼를 밖에서 지켰다는 것은 8월이나 9월에 가능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예수의 12월 출생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교회 인구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가 정교를 국교로 받아들인 이는 키에프 러시아의 지배자 블라디미르 대공이다. 그는 988년 그리스정교를 국교로 받아들이며 전 루시인들에게 세례를 명한다. 블라디미르 대공이 정교를 수용하기 2년 전, 그는 여러 나라의 교파 대표들을 불러들여 각 종교의 장점을 설명하게끔 한다. 유대교는 당시 흩어진 민족의 종교라며 거절했다. 이슬람교는 '금주조항'이 문제였다. 지금이나 그때나 러시아인의 '술'에 대한 애착은 높았다.

로마 가톨릭은 금식을 자주 요구한다는 점 때문에 제외됐다. 정교회도 금식일이 있지만 사순절 기간에도 생선은 먹을 수 있다. 결국 대공은 여러 종교를 놓고 고민하다가 러시아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그리스정교를 선택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미국의 복음주의적 매거진 크리스차니티투데이에서도 러시아가 이슬람교와 유대교를 탈락시킨 이유가 엄격한 음식 규정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재 러시아 정교회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푸틴 집권 이후 군대에 종군성직자가 생겼다. 외교부 직속의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에서는 정교회 대외관계 지도자가 교육을 맡고 있다. 정부는 임산부 및 미혼모 시설에 보조금 지원을 결정할 때 정교회 단체가 운영하는 곳을 가장 먼저 고려한다. 아울러 푸틴을 지지하는 대가로 정교회는 상당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았고, 옛 소련 당국이 몰수한 6400건 이상의 재산 반환을 약속받았다.

한국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 선교사를 통해 전파됐다. 1900년 2월 17일 러시아 정교회에서 파견된 흐리산토스 셋헵코프스키 신부가 러시아 공사관에서 첫 성찬예배를 거행했다. 초창기 한국 정교회는 러시아 정교회 소속이었으나 한국전쟁과 분단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청 소속으로 바뀌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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