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8 (금)

대우조선 나홀로 흑자 ‘공적자금의 역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3분기 7050억 영업이익 냈지만 정부 지원·출자전환 의한 ‘착시’

자구책 찾는 현대·삼성중공업은 감원·자산 매각 아직도 칼바람

경향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불황의 터널 끝이 보이기 시작한 조선업계에 ‘구조조정의 역설’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 지원으로 되살아난 업체가 스스로 살길을 모색한 업체보다 더 ‘호황’을 누리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대중공업의 수주액은 133억달러로 수주 목표치(132억달러)를 넘어섰다. 2013년 139억달러를 수주한 후 5년 만의 최대 수주 실적이다. 대우조선도 올해 수주 목표(73억달러) 대비 달성률이 88%(64억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수주량 증가가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의 회계 특성상 수주 실적이 매출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까지는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 3분기 깜짝 흑자를 기록했지만 조선 부문만 보면 304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3분기 영업손실 1273억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구조조정의 바람이 여전히 매섭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8월에는 해양플랜트 공장 가동 중지와 함께 희망퇴직을 실시해 150여명을 추가 감축했다. 현대중공업은 2015년 이후 3년간 4000명이 넘는 인력을 감축했다. 삼성중공업은 1조4500억원 규모의 비용 절감을 위해 지금까지 자산매각과 함께 인원 감축(3700명), 순환 휴직(3000명)을 실시하고, 직급별로 임금을 10~30% 반납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 목표는 초과 달성했지만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733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6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뒤 올해 3분기까지 7050억원의 이익을 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흑자 경영에 힘입어 구조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자생력을 갖춘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산매각보다는 공적자금의 차입금 만기연장과 출자전환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 착시효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현대상선은 최근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 총 3조원가량의 물량을 국내 조선업체에 풀었는데 대우조선에 2만3000TEU급을 7척 발주, 삼성중공업에는 5척을 주문했다. 현대중공업은 규모가 작은 1만5000TEU급 5척을 수주했다. 현대상선은 ‘빅3’ 중 유일하게 지난해에도 대우조선에 초대형 유조선 5척을 발주했다.

대우조선은 해군의 호위함에서도 압도적이다. 최근 해군으로부터 호위함 2척 등 군함 4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13일 2년 만에 호위함 2척을 수주하고 삼성중공업은 관련 물량을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것과 비교된다.

국내 저가 수주 논란도 불거졌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러시아 북쪽 바렌츠해에 설치되는 FPSO(부유식 원유 생산 저장 설비) 계약에서 삼성중·현대중에 비해 1억달러(1100억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면서 “정부 지원을 받아 목숨을 연명하는 업체가 스스로 살길을 모색하는 업체를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