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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실리콘밸리 리포트] 美·中갈등 불똥이 캠퍼스로…스탠퍼드교수 사망에 `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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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장서우청 교수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유출 혐의를 받던 저명한 중국계 과학자(스탠퍼드대 교수) 장서우청이 갑작스레 사망했다. 경찰과 가족은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밝혔지만 실리콘밸리 중국계 커뮤니티와 스탠퍼드대 안팎에서는 '미·중 무역, 기술전쟁'의 틈바구니에서 타살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장 교수 가족은 "장서우청이 우울증과의 싸움 끝에 지난 1일 갑작스럽게 사망했다"고 밝혔다.

홍콩 빈과일보 등은 장서우청이 종신교수로 있던 스탠퍼드대 주변 인사의 말을 인용해 "장서우청이 대학 건물에서 뛰어내렸으며 경찰이 서둘러 그의 죽음을 자살로 결론지었다"고 전했다.

이 사건 이후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는 중국과 미국 양국에서 주목받는 과학자이자 밴처캐피털리스트였던 장 교수의 죽음이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장서우청의 가족은 이에 대해 "대중이 우리의 사생활을 존중해주기 바란다"고 선언했다.

장 교수는 15세에 명문 푸단대에 입학해 어릴 때부터 천재로 주목받았다. 이후 미국 스토니브룩 뉴욕대에 입학한 이후 중국계로서는 처음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양천닝 교수에게 수학했다. 장서우청의 양자물리학 이론은 2007년 세계 10대 과학 업적으로 선정(사이언스지)됐으며 미국 물리학회와 국제 연구단체 등이 주는 권위 있는 상도 수차례 받았다.

장 교수는 그가 재직한 스탠퍼드대뿐만 아니라 물리학계에서도 유명한 인사였으며 매년 유력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주목받았다.

이 같은 명성 때문에 2009년 중국 정부의 해외 인재유치 프로그램인 '천인계획(千人計劃)'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2013년에는 벤처캐피털인 단화(丹華)캐피털을 설립했다. 그의 벤처캐피털은 거의 중국에서 나온 자본으로 세워졌다.

4억3450만달러(약 490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으며 113곳에 달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블록체인 등 첨단기술 분야의 신생 기업에 투자했다. 특히 네오(NEO), 트론(TRON) 등 가상화폐 공개(ICO) 프로젝트에도 '큰손' 역할을 했다.

스탠퍼드와 실리콘밸리 내 중국 커뮤니티에서는 장 교수가 중국 정부 및 화웨이와 밀접하게 관련 있다고 보고 있다. 장 교수가 미국 내 중국 인재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기술을 중국으로 가져가는 데도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를 잘 아는 실리콘밸리 내 한국계 인사는 "중국 스타트업을 만나면 장 교수가 투자한 회사나 투자 상황에 대해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고 애기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장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국 정부가 천인계획을 미국 첨단기술을 유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조직적인 시도로 여기면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BBC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내놓은 '301조 조사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벤처캐피털을 첨단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을 획득하는 통로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그 대표적 사례로 단화캐피털을 꼽은 바 있다.

실리콘밸리 내 중국계 인사는 "그가 중국의 계획과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서 희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손재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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