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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World People]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뮬러 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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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수사 지휘… 트럼프 대통령 운명 쥔 남자

12년 FBI 국장… 두번째 장수

미국 뮬러 특별검사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막바지에 가까워지면서 최종 수사 보고서의 결론을 점치느라 미국이 떠들썩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의 대선 공모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가 나오는지, 그 내용이 의회에서 트럼프 탄핵의 근거로 쓸 만한지 등에 대해 아직 알려진 게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뮬러 특검이 지난 1년 6개월 수사 과정에서 철저히 보안을 지켰다는 얘기다. 워낙 보안에 철저하다 보니 로버트 뮬러(74)라는 개인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미국 언론들이 그를 두고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인물' '어디에나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인물'이라고 평할 정도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 "높은 영향력과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뮬러는 신기할 정도로 외부에 노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숱한 언론 보도와 만평 등에서 뮬러는 '진실을 찾는 수퍼 영웅' 또는 '트럼프를 마녀사냥 하려는 악당'으로 그려지지만, 실제 그의 속내나 구상을 아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그간 뮬러 특검은 많은 성과를 냈다. 2017년 5월 17일 특검에 임명된 이래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보좌관, 마이클 코언 변호사, 폴 매너포트 전 선대본부장 등 트럼프 최측근과 러시아 군 정보기관(GRU)을 포함, 개인·기관 36명에 대해 총 200여 건의 혐의로 기소하거나 법원의 유죄 확정을 이끌어냈다. 가장 최근 발표된 수사 기록에선 '트럼프가 러시아 측과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건립 계획을 2016년 대선 당시까지 논의했다'는 내용이 담겨, 수사 칼날이 트럼프 목 밑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뮬러 특검팀에 대해 "13명의 성난 민주당원" "마녀사냥"이라고 맹폭하는 동안 뮬러 측은 어떤 반박 인터뷰도, 그 흔한 트위터도 하지 않았다. '뮬러의 FBI와 글로벌 테러와의 전쟁'을 쓴 작가 개럿 그래프는 "뮬러는 아마도 워싱턴에서 가장 인터뷰 요청을 많이 거절한 인물일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작년 6월 의회에 출석한 이래 지금까지 뮬러가 포착된 사진도 3장에 불과하다"고 했다. 워싱턴 DC의 길가 코너에 무심히 서 있다가 찍힌 장면, 레이건 국립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대기 중인 장면, 애플 스토어에서 아내와 함께 노트북 수리를 받고 있는 장면이다. 웹진 '슬레이트'의 헤더 슈웨델 기자는 "워낙 비밀스러워 사진기자들은 마치 할리우드 여배우 쫓아다니듯이 그의 뒤를 따라다녀야 한다"고 말했다.

뮬러의 개인사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정보를 짜깁기해 보면 뮬러는 골프를 거의 아내와만 치는데 아내 실력이 조금 더 낫고, 슬하에 두 딸이 있다는 정도다. 그는 단골 레스토랑에서도 시선이 차단된 지정석에서 식사를 하고, 스마트폰 촬영을 피해 조용히 사라지는데 레스토랑 주인도 뮬러에 대한 질문에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뮬러의 보안 의식은 결벽증에 가깝다"면서 "오직 일로만 말한다"고 했다. 특검 관계자는 "그는 늘 하얀 셔츠를 고집하며 잡담도 거의 하지 않고 면벽 수도하듯 벽을 향해 일한다"고 전했다. FBI·CIA 국장을 지낸 윌리엄 웹스터는 WP에 "뮬러는 수사 중인 사건이 여론에 좌지우지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고, 리언 패네타 전 CIA 국장도 "뮬러의 침묵은 트럼프가 유출된 특검 정보를 이용하거나 타협하려 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이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동산 투자와 르윈스키 스캔들까지 4년간 특검 수사를 벌였던 케네스 스타가 수시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정보를 흘렸던 것과 대비된다. 스타 특검은 검사만 44명을 동원했지만 19명 기소에 그쳤다.

뮬러는 베트남전 참전 해병대 용사이자 검사 출신이다. 뉴저지에서 태어나 프린스턴대와 버지니아대 로스쿨을 졸업했으며, 22세 신혼 시절 해병대에 자원 입대했다. 베트남전에선 용맹스러운 병사에게 수여하는 '브론즈 스타 메달'을 받았다. 로펌 변호사로 일하다 1976년 연방검사가 됐고, 법무부 범죄 담당 차관보를 거쳐 2001년 9·11 사태 직전부터 2013년까지 12년간 FBI 국장을 역임했다. 37년간 국장으로 재임했던 존 에드거 후버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수 기록이다. 그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의회가 2011년 FBI 국장 임기를 10년에서 12년으로 늘리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정도로 당파를 초월해 평판이 좋았다. 살아온 이력이나 성향은 공화당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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