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는 15일(현지 시각) 오후 늦게 발표한 성명을 통해 "토니 블레어가 (벨기에) 브뤼셀에 가서 두 번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협상 기반을 약화시키는 행위이자 과거 그가 속했던 총리실과 그가 섬겼던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우리는 이 결정(브렉시트)에 대한 책임에서 물러날 수 없다. 의회는 영국 국민들이 투표로 결정한 것을 이행할 민주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이어 "나는 여전히 그 일(브렉시트)이 일어나는 것을 볼 작정"이라며 "나는 영국 국민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나는 영국을 위한 좋은 합의를 위해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익을 위해 행동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그(브렉시트) 과정을 뒤집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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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018년 12월 12일 하원에서 내각총리에 대한 질의시간에 답변하고 있다. /영국 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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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어 전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고 반박했다. 그는 "총리가 내놓은 (EU와의) 합의를 포함해 브렉시트의 형식에 대해 의회가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지만, 만약 그들(의회)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그 다음 논리적인 순서는 국민들에게 다시 의견을 묻는 것"이라며 "이는 반(反)민주적이기는 커녕 오히려 그 반대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정 무책임한 것은 의회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협상에) 실패하면 합의 없이 EU를 떠나게 되리라는 걸 알면서 (브렉시트를) 총리에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줄곧 재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지난 14일에도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최종 브렉시트 합의를 위한 2차 국민투표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는 반면 EU를 떠나자는 애초의 결정에 대한 지지는 떨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 ‘브리튼 싱크스’가 2000여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변화를 추적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무조건 찬성하는 ‘강경 탈퇴파’는 과거 전체 3분의 1에서 4분의 1로 줄어들었다. 영국 국민들은 2016년 국민투표에서 영국의 EU 탈퇴에 대해 탈퇴 51.89%, 잔류 48.11%로 탈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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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2018년 12월 15일 영국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스카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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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블레어 전 총리를 향한 메이 총리의 공격은 사실상 부총리 역할을 하는 데이비드 리딩턴 국무조정실장 등이 2차 국민투표 준비를 위해 노동당 하원의원과 회동했다는 언론보도 이후 나왔다. 이와 관련, 리딩턴 실장은 "2차 국민투표는 결단력 없는 것일 수 있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에 손상을 줄 수 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리딩턴 실장과 함께 2차 국민투표를 준비 중인 인물로 거론된 개빈 바웰 총리 비서실장도 트위터에 "나는 정적들과 2차 국민투표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기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썼다.
메이 총리는 오는 17일(현지 시각) 의회에서 2차 브렉시트 국민투표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16일 공개된 메이 총리의 의회 연설문에는 "또 다른 투표는 우리 정치의 진실성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고,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수백만명의 영국 국민들에게 우리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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