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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2018년이 남긴 과제] 특례와 양심 사이, 반복되는 '병역'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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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30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의정부교도소에서 현승한 씨가 가석방된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 아들과 재회하고 있다. 법무부는 대법원이 종교·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 취지를 반영해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었다. 가석방 요건을 충족한 병역거부자 중 수감기간 6개월 이상 된 58명의 가석방을 결정했다./연합뉴스


병역문제는 2018년에도 뜨거운 감자였다. 예체능 병역특례로 형평성 논란에 불을 당긴 한국사회는 법원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기존 병역특례 제도 개선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기준, 대체복무안 마련 등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축구선수 장현수는 병역특례 봉사활동 서류 조작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1일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박탈당했다. 그는 2017년 12월부터 2달간 모교 학생을 대상으로 훈련하는 내용으로 총 196시간 봉사활동 증빙서류를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하지만 그해 12월 18일은 대설주의보가 발령돼 폭설이 내렸음에도, 제출된 사진에는 깨끗한 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담기는 등 의심스런 정황들이 발견됐다.

병역법에 따르면, 국내외 예술 경연 1~3위에 입상하거나 올림픽 대회 3위, 아시아경기대회 1위를 한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예술·체육요원으로 추천할 수 있다. 예술·체육요원의 의무 복무기간은 2년 10개월이지만, 기본 군사훈련을 받은 뒤에는 프로 선수로 계속 활동하면 된다. 대신 해당 특기를 활용해, 취약계층이나 미취학 아동·청소년 대상 교육 등 544시간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이 같은 임무를 수행하지 않을 경우 경고처분을 받고, 이때마다 복무기간은 5일씩 늘어난다.

해당 문제를 지적한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같은달 29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예술체육요원 85명 전수조사 결과 상당수의 부정행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각종 협회와 연맹이 선수들의 허위 서류 작성을 독려하고, 문화예술위원회와 국민체육진흥공단, 병무청은 감시를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이다.

병역특례 제도가 병역 면탈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병무청은 제도 존폐안과 복무관리 강화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냈다.

형평성이 핵심인 군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양심적 병역거부로 한층 달아올랐다. 헌법재판소는 6월, 병역의 종류에 대체복무를 넣지 않은 현행 병역법 5조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 오승헌 씨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입대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에 파기환송했다.

올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국회는 내년 12월 말까지 대체복무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 방식으로 교정·소방시설 내 36개월 복무안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는 현역병의 두 배에 달하는 복무 기간은 징벌적이라며, 국제 기준인 1.5배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복무는 2020년 1월 시행된다.

한국보다 앞서 대체복무제를 시행한 독일과 그리스, 대만 등은 국민보건과 수해현장 복구, 각종 행정 등 복지 서비스에 대체복무 인력을 투입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 측정 방법 역시 논란이다. 대법원은 지난달 선고에서 '검사가 병역거부 사유를 판단해 탄핵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방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병역 거부자의 양심을 면밀히 살피는 기간으로 일각에서는 1년이 제시된다. 대만은 내무부가 3달 안에 소집된 심의위원회가 신청자와 소속 종교 책임자, 증인 등을 면담한다. 면담 뒤에도 의문이 있거나 판정을 낼 수 없다면, 1년 이내에 신청인을 관찰할 수 있다.

이범종 기자 joker@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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