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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돌아가면 내전에 징집돼요"…法 "난민 아니지만 체류는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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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the L] "징집제 국가에서 징집 거부로 인한 처벌 그 자체는 '박해의 공포' 근거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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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으로 돌아가면 내전에 징집될 우려가 있다며 난민신청을 낸 외국인에 대해 법원이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어도 우리나라에 머무르게 할 수는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중동 지역 출신 외국인 A씨가 "난민 불인정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6년 2월 단기방문 체류 자격으로 입국한 뒤 난민으로 받아달라는 신청을 냈다. A씨는 자국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 내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귀국하면 정부군으로 징집돼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니 자신을 난민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출입국청은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에서 정한 조건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신청을 거절했다. 이 협약에 따르면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박해를 받을 것이라는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헀다.

이 판사는 A씨를 난민으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출입국청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과거에도 A씨가 9차례나 우리나라를 오가면서 난민 신청을 냈던 점, 소송 대리인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살해하는 것이 싫다"라고 대답했던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이 판사는 "일반적으로 징병제 국가에서 징집 거부에 대한 처벌 그 자체는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가 되지 않는다"며 "징집 거부의 유일한 이유가 병역에 대한 반감이나 전투에 대한 공포라면 이는 난민 인정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판사는 "A씨가 고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난민법에서 규정한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사람'에 해당한다"며 인도적 체류는 허가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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