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협약을 비준하려면 협약을 비준한 다른 나라와 같은 노사관계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 아닌가요?”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경영자 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경영계는 정부에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부당노동행위 폐지 ▷임금·단체협상 유효기간 연장 방안 등을 요구했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3년으로 늘리고 사업장 점거파업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영계로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한 경영계 인사는 “노동자의 권리가 중요한 만큼 경영을 하는 사람의 권리도 중요하다”며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그것이 불공정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경영계가 주장하는 ILO협약을 비준한 나라의 노사관계제도는 어떨까. 우리나라처럼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 자체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입법례를 가진 국가는 거의 없다.
미국의 경우 파업권과 영업의 자유, 양자의 균형을 고려해 파업시 일시적인 외부인력 대체뿐만 아니라 영구적 대체근로도 허용하고 있다.
독일도 대체근로활용을 사용자의 조업과 영업의 자유에서 파생되는 것으로 봐 원칙적으로 파업참가 근로자에 대한 대체가 자유롭다. 다만, 파업 발생 사업장에 파견근로자를 투입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프랑스도 대체근로를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이 없으며, 외부기업에 대해 하도급을 주는 형식의 대체근로 활용이 많다.
가까운 일본은 대체근로 금지에 관한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명문의 규정은 없으며, 파견에 의한 대체근로 금지조차 규정해 놓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현행법의 규정은 근로3권을 통한 근로자보호에만 치중해 노사간 교섭력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는 경영계의 불만이 높다. 이러한 노사간 힘의 불균형은 노사관계 악화와 이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ㆍ사회적 손실을 가져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로 나아가면 사용자가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조업을 중단하는 방어적 직장폐쇄밖에 없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에 따른 관행적 파업은 기업의 직접적 손실뿐만 아니라 신인도 하락 등 간접적 손실까지 초래한다.
현대자동차만 해도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4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했다. 최근 10년 동안 52만9000대의 생산차질과 9조7000억원의 매출손실이 발생했다. 근로자의 파업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반면 경영자의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것은 ‘무기대등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교섭과정에서 경영자를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하는 결과만 초래한다.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현행 제도는 노동조합의 파업권과 사용자의 조업권, 영업권의 조화를 위해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계에서는 대체근로를 허용하면 근로3권이 침해된다고 하나 근로3권만큼이나 기업의 조업권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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