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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워킹맘 성공 비결, 근무시간보다 성과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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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9년 전 만삭인 임신부는 상사에게 당분간 사흘만 회사에 나오겠다고 '선언'했다. 나머지 이틀은 집에서 일하고, 대신 업무량은 줄이지 않는 조건이었다. "회사 역사상 최초로 '시간제 근무' 직원이 됐어요. 아기가 곧 태어나지만 일은 계속하고 싶어 제가 제안했죠. 당시는 제도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시대가 아니었으니까요." 정년퇴임을 앞둔 상사는 여직원의 당돌한 제안에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우드사이드' 여성 부사장 질 호프먼 얘기다. 그는 이 시절 경험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상사의 두려움과 거부감에 마음을 다치기보다는 그가 왜 두려워하는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어요. 결국은 자기 시야에 보이지 않는 부하직원이 업무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는 게 그가 망설이는 원인이었죠. 재택근무를 할 때면 더 꼼꼼하게 업무 진행 상황을 보고했어요.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니 그도 마음을 놓더군요."

그는 최근 이화여대에서 열린 '에너지 산업 분야 여성 리더'를 주제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해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면서 "직원이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보다는 결과, 즉 양질의 성과가 중요하다는 점을 직원과 회사 모두가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여성이 '엄마'이자 '직장인'으로서 사회생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며 회사로서는 여성 인재를 놓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호프먼 부사장에게 직장에서 여성이라 차별받았던 게 있느냐고 묻자 "내 경험이 모든 여성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말하기 조심스럽다"면서 "우리 회사뿐 아니라 많은 회사가 25년 전 내가 첫 직장생활을 했던 당시와 비교하면 여성 직원들을 위한 제도나 시각이 많이 개선돼 있다"고 언급했다. 우드사이드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 시 남녀 비율을 50대50으로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에너지 산업이 '남초 산업'이라는 통념과 달리 현재 우드사이드 내 여성 직원 비중은 약 30%에 달한다. 아직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비중은 아니지만 같은 에너지 분야 기업 평균보다는 두 배를 넘는 수치다. 현장직을 제외하고 소매 거래 파트 등으로 영역을 좁히면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제가 7년 전 처음 부사장이 됐을 때 저와 직급이 같은 여성은 3명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13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어요. 회사 이사회 멤버 중 30%가 여성입니다."

그는 과거 경험을 살려 기업 사내 문화·직원 총괄 관리 부사장이 됐을 때 여성들 출산·복귀 등과 관련된 다양한 규정을 내놨다. 그중 하나가 여성들이 휴직 후 업무에 복귀할 때 두 달 전부터 '재택업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여성직원이 원하는 것뿐 아니라 회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필요해요. 그래서 당시 복귀 전에 업무를 부과하고, 가끔은 휴직 기간에도 회사에 출근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었어요. 가족들도 일하는 엄마에게 적응할 수 있고, 여성들도 '직장인 모드'로 전환하는 준비가 되는 거죠."

호프먼 부사장은 "나 역시 17세, 19세 아들이 있다"며 "직장생활과 가정의 양립은 확실히 어려웠지만 내가 워킹맘이어서 내 아들이 특별히 상처 입고 손해 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모든 직장생활이 그렇겠지만, 인내하고 탄력적으로 근무하려고 노력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누구나 좋은 날도 괴로운 날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연연하지 말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각인되는 것은 본인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을 기억하세요."

[이새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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