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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관광용 케이블카, 중남미선 통근용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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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등서 20여개 운행·건설

산악 많아 도로보다 건설비 싸

인구 900만명의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지난 6일 첫 여성 민선 시장이 취임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시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서민 대책의 핵심은 빈민촌에 통근용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겐 관광용으로 익숙한 케이블카가 중남미에선 서민용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멕시코시티 북동쪽 외곽 엑카테페 지역에는 2016년부터 통근 케이블카 '멕시케이블'이 운행 중이다. 하루 약 3만명 승객이 멕시케이블을 타고 고지대 주택지에서 저지대 도심으로 출퇴근한다. 두 지역을 버스로 오가려면 편도 80분이 걸리지만, 멕시케이블은 19분 만에 갈 수 있다. 요금은 버스의 절반도 안 되는 7페소(400원)라 빈민층이 특히 선호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중남미에 통근 케이블카 붐(boom)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케이블카는 건설 기간이 평균 18개월로 짧고, 상대적으로 예산도 적게 든다. 주지사나 시장 등이 적은 예산으로 임기 중 완공하기 쉬워 빈민층 표심(票心) 공략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중남미 통근 케이블카의 원조는 해발 1500m에 위치한 콜롬비아 제2 도시 메데인의 '메트로케이블'이다. 40년 넘게 이어진 내전으로 발생한 난민들이 메데인 산악지대로 몰려들어 거주지를 이뤘는데, 도심 지역으로 가는 대중교통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도로를 내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 고민하던 메데인시는 2004년 메트로케이블을 개통했다.

2014년 볼리비아에서 개통한 '미 텔레페리코'는 볼리비아 최대 도시 라파스와 제2 도시 엘 알토를 잇는 세계 최장 케이블카다. 총 30㎞에 달하는 이 케이블카는 하루 평균 이용객이 8만~9만명에 달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콜롬비아 칼리,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등에서도 통근 케이블카가 빈민촌과 도심 지역을 오간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는 올 연말 시간당 7000여 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통근 케이블카가 개통된다. 중남미에서 운행 중이거나 건설 중인 통근 케이블카는 20개가 넘는다.

도시계획 전문가 훌리오 다비야 런던대 교수는 "중남미 도시는 높은 산악지대에 있고 거주 지역이 무계획적으로 형성된 곳이 대부분"이라며 "이 경우 통근 케이블카가 예산도 덜 들고 교통 체증 해소 효과도 크다"고 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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