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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너희는 위안부” 학생 신체접촉한 교사…스쿨미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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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서울 송파구 한 여자고등학교에 붙여진 스쿨미투를 고발하는 스티커들.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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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모 고교 학생들 ’성희롱‘ 폭로 대자보

-“위안부 할머니ㆍ장애인 비하 발언도”

-“학생부 등 불이익 두려워 수능 끝나고서야 용기”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그럼 나한테 애교 부려봐. 확실히 1학년들이 프레쉬(fresh)하네. 나는 예쁜 애들만 보면 자꾸 시비 걸고 싶더라.’ 학교 교사가 한 말입니다. 자습을 하는 학생에게 선생님이 애교를 요구하는 것은 합당치 않습니다. 특히 학생들이 교사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권력관계를 악용한 것입니다.”

서울 송파구의 한 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스쿨 미투를 외치며 대자보에 쓴 내용 중 일부다. 이들은 일부 학교 선생님들이 수년 전부터 성희롱, 성차별, 성추행 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학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교사들이 평소 학생들을 외모를 평가하거나 성적으로 희롱하는 일이 잦았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이 스쿨 미투 공론화를 하기 위해 만든 트위터에는 수년간의 피해사례들이 수집됐다. 다수의 학생에 따르면 한 교사는 수업 중 “너희들은 일제시대 위안부 ‘정신대’야”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해당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A(19) 양은 “이는 성희롱을 넘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말로 가장 충격적인 발언이었다”라고 말했다. 피해학생 B(17) 양은 “한 교사는 피부가 안좋아졌다면서 갑자기 볼을 손으로 만지는 등 불쾌한 신체접촉을 했다. 수업시간에 갑자기 노래를 불러보거나 춤을 춰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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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학교 앞에 설치한 교내 성폭력을 고발한다는 내용의 현수막.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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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지난 4일 이를 고발하는 대자보와 현수막을 만들어 학교 교문과 화장실, 복도 등에 붙였지만 학교 측은 이를 떼어냈다. 이튿날에도 학생들은 다시 A4용지로 만든 대자보를 학교 곳곳에 뿌리는 등 항의했다. 한 학생은 “한 선생님이 스쿨 미투 트위터 계정자를 찾아내겠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면서 “대자보를 붙일 때도 CCTV 등으로 지켜볼까봐 두려웠다. 학생들은 이른 새벽부터 마스크와 롱패딩을 입고 나와 현수막을 설치했다”고 털어놨다.

한 교사는 성희롱 발언뿐만 아니라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학생은 “올해 11월 장애인 인식 교육 수업 도중 한 교사는 장애인들이 그린 수채화는 침으로 가득한 ‘침채화’라고 말했다. 3회에 걸친 장애인 인식 교육 중 교사는 끊임없이 장애인들의 발언과 표정, 행동 등을 흉내내기도 했다”고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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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교사의 성희롱 내용 등을 고발하며 만든 대자보. [학생 제공]


이 학교에서 교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학생들은 교내 성희롱 및 성차별 피해 사례를 알리며 대자보를 붙이겠다고 학교측에 밝혔다. 당시 교감선생님은 “교내 인권 건의함 등을 만들고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교내 성희롱은 계속됐다. 다수의 학생들에 따르면 한 교사는 올해 가을 예정된 학교 축제가 연기되자 “1,2학년 학생들이 남학생들을 맞기 위해 단장하고 서비스할 준비도 다 해 놨는데 미뤄져서 시무룩 하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학생들이 불쾌함을 표현하자, 해당 교사는 “기분 상한 말이 있다면 미안하다”면서도 “학생들이 그렇지만 주변 학교 남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 “애를 몇명 낳을 것이냐”고 물었던 한 교사는 학생들이 문제제기를 하자 유감을 표하며 “저출산 사회를 우려하며 한 말”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고 전해졌다.

학생들은 예전부터 교사 성희롱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를 하고 싶었지만 수능이 끝나서야 용기를 냈다고 입을 모았다. 스쿨 미투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학교 생활기록부에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학생들은 학교측에 해당 교사 측의 진정한 사과와 처벌을 요구했다. B 양은 “이번 스쿨미투에 나선 1학년 학생들은 아직도 학교를 다녀야 하는, 앞으로 생활기록부 등 불이익이 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렇게 용기를 내 얘기를 했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본사는 학교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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