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협력 양해각서 등 29개 협약 서명…"중국 국가주석 13년만의 필리핀 방문"
중국과 필리핀이 20일 남중국해 자원 공동개발에 합의했다. 필리핀의 친중탈미(親中脫美) 노선이 공고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필리핀 GMA 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1박 2일 일정으로 필리핀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과 필리핀 정부간 원유 가스 개발협력 양해각서’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건설 양해각서’ ‘중국 필리핀 공업원(공단) 협력개발 프로젝트’ 등 29개 협약이 서명됐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무장관이 이날 오후 필리핀 대통령궁에서 서명한 남중국해 자원 공동개발 양해각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과 영유권 분쟁해역에서 원유 공동탐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혀왔고, 지난 10월 왕이 국무위원이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도 이 부분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일 필리핀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간 정상회담 뒤 남중국해 자원 공동개발 양해각서 등이 체결됐다고 보도했다. /신화망 |
필리핀 정부가 공동탐사 후보지로 검토해온 영유권 분쟁해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는 리드뱅크(필리핀명 렉토뱅크)로 중국이 2012년 이곳에 있는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무단 점거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이 공동탐사 합의안 초안이라며 이날 공개한 문건에 따르면 '분쟁해역에서의 원유 공동탐사가 양국의 영유권 주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공동탐사 결과를 공유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양국이 영유권 분쟁을 접어두고 유전 공동개발을 통해 이익을 나눠 갖기로 한 것으로 해석돼 필리핀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두테르테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국제업무를 처리하는 데 있어 중국은 역사의 정확한 쪽에 서 있다. 중국을 포함한 유엔 등 다자체제 내에서 소통과 협력을 밀접히 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과 분쟁하고 있는 중국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특히 양국이 공동개발키로 한 공업단지가 필리핀 마닐라 인근의 옛 미군 공군기지를 재개발하는 것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양국 관계를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관계로 격상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동반자가 빠진 것을 두고 중국 관영 보수매체인 환구시보는 사평에서 "워싱턴(미국)을 배려한 것"이라며 "실질적"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각각 "최근 2년간 6차례 만났다"거나 "중국 국가주석의 필리핀 방문은 13년만의 처음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다"는 식으로 우의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양국이 영원히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동반자가 돼 발전 번영을 공유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중국-필리핀 정상회담으로 2016년 6월 집권한 두테르테 대통령이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거리를 두고 친(親)중국 노선을 걸으며 형성된 양국 간의 밀착이 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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