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 분식회계 여부는 전문가인 회계법인들 사이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울 만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애매한 사안이다. 엄격해진 국제회계기준(IFRS)도 여러 각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감독 당국이 아니라 기업에 유리하게 해석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누가 봐도 명백한 고의나 과실로 부당한 이득을 얻었거나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면 해당 기업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전(前) 정부 금융 당국이 승인한 방식으로 처리한 회계에 대해 정권이 바뀌었다고 재조사에 들어가고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감독 당국의 신뢰 추락은 물론 한국 바이오시장에 대한 불확실성만 높일 뿐이다.
이번 증선위의 결정에 대해 해당 기업을 넘어 관련 업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앞으로 한국 바이오산업에 미칠 파장 때문일 것이다. 바이오는 초기에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장기간 실적이 없다가 개발이 성공하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신생 산업에 기존 산업보다 오히려 더 엄격한 회계기준을 들이대면 과연 버틸 수 있는 바이오기업이 몇이나 있겠는가.
바이오산업은 정부 스스로가 한국을 먹여 살릴 미래산업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고 중점 지원 육성하겠다고 밝혀 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막 자리 잡기 시작한 대표적인 바이오기업 가운데 하나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처리를 보고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바이오벤처들이나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았다. 과연 이번 증선위 결정이 이런 제반 산업적인 특성과 여파를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내린 결정인지, 과연 이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육성할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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