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보름 만에 “청와대 특활비·특정업무경비를 53억원 줄인다”고 선언했고 올해 특활비도 지난해 대비 50억여원을 삭감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청와대 특활비는 181억여원으로 올해 대비 한 푼도 줄지 않았다. 국회는 여론의 뭇매를 받은 끝에 특활비를 기존 63억원에서 내년 10억원으로 84% 쳐냈다. 정부 부처들도 내년도 특활비를 9.2% 줄였고 대법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기관은 아예 폐지했다. 특활비를 꼭 써야 하는 검찰·경찰조차 15~20% 삭감했다. 청와대만 거꾸로 갔다. 딱 한 번 50억원 줄인 것으로 넘어가면 된다고 생각했는가. 만약 그렇다면 민심을 거슬러도 한참 거스른 인식이다.
기획재정부가 고시한 특활비의 정의는 ‘정보수집과 사건수사 및 이에 준하는 국정 활동’에만 쓰이는 비용이다. 따라서 국가정보원과 검경 이외의 정부기관은 특활비를 쓸 이유가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8월 22일 국회에서 “기밀 유지 등 최소한의 경우 외엔 특활비를 대폭 삭감하고 (운영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오로지 청와대만 특활비 삭감을 거부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정말 그렇게 필요한 돈이라면 공식 예산항목으로 전환해 영수증 처리를 하되 결산은 비공개로 하면 된다. 또 통치행위상 특활비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면 사후에라도 감사원 감사와 국회 비공개 보고를 의무화해 오·남용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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