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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자영업자들의 한탄 "올랐소, 다 올랐소, 매출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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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은 '소상공인의 날'이다. 정부는 지난 주말부터 이런저런 기념행사를 열고 있지만 소상공인과 관련한 밝은 소식 찾기가 너무 어려운 때다.

한국은 취업자 넷 중 한 명이 자영업 종사자인 나라다. 한국 경제의 '실핏줄'인 자영업자들의 활력·체력·여력은 어떤지, 자영업 전문 P2P(peer to peer·개인 간) 금융 전문 회사인 '펀다(FUNDA)'의 대출 담당자들에게 물었다. 2015년 4월 영업을 시작한 펀다는 불특정 다수에게서 돈을 모아 자영업자에게 대출해주고 투자자에게는 연 10% 초반(투자자가 보호되는 '세이프플랜' 이용하면 세후 약 7%) 수익을 돌려주는 사업을 한다.

조선비즈

자영업 전문 P2P(개인 간) 금융 회사인‘펀다’의 박성준(왼쪽에서 둘째) 대표와 대출 심사·관리 담당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를 적은 판을 2일 들어 보이고 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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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자영업자 1100여 명에게 약 2600건을 대출해 줬다. 상환 능력을 꼼꼼히 따지느라 대출 승인율이 10% 선에 머물고 있으므로, 이들이 심사하고 관리한 자영업자는 1만명이 넘는다.

펀다 대출을 총괄하는 안형수 부대표, 심사팀 이건혁 팀장과 남혜련 매니저, 김재영 채권관리팀장, 황승민 커뮤니케이션팀장이 자기들 눈에 비친 '자영업자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인건비·임대료·물가… "매출 빼고는 다 오른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하소연은 뭔가요?

남혜련 "'오른다'는 말이지 싶습니다. 요즘 부쩍 낮엔 전화를 못 받는 사장님이 늘었어요. 한참 후에 전화를 걸어서는 최저 시급 인상으로 인건비 감당이 안 돼서 '알바'(아르바이트생) 다 내보내고 부부가 모든 걸 한다고 말합니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요. 인건비뿐 아니라 임대료도 계속 오르고, 식자재 물가도 오르고…. 매출 빼고는 다 오른다는 하소연이 많아요."

이건혁(이) "매출은 몇 안 되는 '매출 깡패'(매출이 엄청 높은 가게를 뜻하는 은어) 빼고는 전반적으로 떨어졌어요. 저희에게 대출을 받는 자영업자 중에 만기까지 상환을 마치고 다시 대출을 받으시는 분이 많은데, 재(再)대출을 받는 사장님 중에 70%가 그사이 매출이 감소했어요. 매출은 줄고 인건비·임대료·물가가 한꺼번에 오르니 숨이 가빠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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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 금천구의 한 식당이 폐업해 집기가 버려진 모습. 5일 소상공인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지만 자영업자 중엔 인건비와 임대료 상승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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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받는 목적을 보면 경기를 짐작할 수 있나요?

"올해 들어 저희 대출이 3배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P2P 금융에 대한 홍보가 더 된 원인도 있겠지만, 대출 목적을 보면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인건비, 상가 임대차 보증금 등을 뜻하는 '운영 자금'을 빌리겠다는 사장님이 부쩍 늘어 전체의 95% 정도를 차지하거든요. 예전엔 절반 정도만 운영 자금이 목적이었고, 사업 확장 같은 다른 목적도 적지 않았습니다. 최근엔 대출 목적이 운영 자금에 확실히 쏠려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올랐지요. 아르바이트생에게 이 정도 더 주기도 버겁다는 건가요?

안형수 "16.4%는 기계적 셈법입니다. 임대료 먼저 내고, 식자재 같은 원자재 사고 관리비도 내고 인건비도 줘야 하는 겁니다. 자영업자가 체감하는 인건비 상승의 '충격'은 훨씬 클 수밖에 없습니다(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 자영업자 매출 중 인건비 비율은 약 25%다. 매출이 같다고 가정하면 최저 시급이 16.4% 늘 때 매출 중 인건비 비중은 29%로 올라간다)."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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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더 주기 위해 가격을 올릴 순 없나요?

김재영 "밥값 올려 매출이 늘면 숨통이 트이겠지요.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 시행으로 그마저도 어려워진 게 더 큰 문제라고들 합니다."

황승민(황) "나라 전체가 삶의 질을 높이겠다며 근무시간을 법으로 줄여가는데 자영업자들에게 그 영향은 '원투 펀치' 격입니다. 야근자가 없어지니까 밖에서 저녁 사 먹는 사람이 드물어지고, 12시간 일하던 근로자가 어쩔 수 없이 8시간 일하니 손에 쥐는 돈이 줄어 외식을 줄이고…. 한마디로 전에 분식집에서 라면 야식 사 먹던 사람이 집에 들어가서 저녁 식사로 라면 끓여 먹는다 이겁니다. 식당 손님이 감소할 수밖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 가격까지 올릴 '용기'가 있는 사장님은 많지 않습니다."

"고육지책으로 '연중무휴'를 도입하는 분이 확 늘었습니다. 제가 올해 만난 열 분에 아홉은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한다'며 혼자라도 나와서 일요일에도 가게 문을 연다고 말합니다. 매달 나가는 임대료 생각하면 아파도 못 쉬겠다는 분도 많고요."

―자영업자 기운 좀 살릴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요.

"자영업자들은 말초신경처럼,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긴 연휴, 너무 더운 날씨, 인건비 상승 같은 변수 하나하나에 타격을 받습니다. 최저생계비 수준의 돈을 손에 쥐면서 혼자서 모든 것을 방어해야 하는 분들이 자영업 사장님입니다. 급격히 바뀌는 경제 환경을 보면서, '이분들은 누가 챙겨주나' 하는 걱정이 듭니다.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교육이나 안전망을 누군가라도 준비하고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신영 기자(sk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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