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피해자들의 영정을 들고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2018.10.3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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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13년만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던 답을 줬다. 대법원은 일본 기업 신일본제철(옛 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들이 실제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씨(94)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서울고법은 지난 2013년 파기환송심에서 신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5년만에야 이 판결을 확정했다.
1997년 일본 재판소에 소송을 낸지 21년만이고, 2005년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지 13년만이다. 하급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이후론 5년만이다. 20여년이 흐르는 사이 원고 4명 중 3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날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들은 이는 이씨 뿐이다.
대한민국 법원이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피해자들이 실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이 아닌 일본 기업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일본제철의 국내 재산이 있을 경우 강제집행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수 있지만, 국내 재산이 없다면 강제로 받긴 힘들 것으로 봤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일본 기업이라도 국내에 재산이 있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을 가지고 강제 집행을 할 여지가 있지만, 일본에서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 법원의 판결을 일본에서 적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일본에서 손해배상을 받기 위해 강제집행을 하려면 일본 법원의 승낙을 받아야 하는데, 일본 법원에서는 이미 원고 패소 판결이 나온 상황이라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민사소송법 제217조는 외국 법원의 확정 판결의 경우 △외국법원의 국제재판관할권이 인정될 경우 △패소한 피고가 소장 또는 이에 준하는 서면 및 기일통지서나 명령을 적법한 방식에 따라 방어에 필요한 시간 여유를 두고 송달받았거나 송달받지 안았더라도 소송에 응했을 경우 △판결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을 경우 △상호 보증이 있을 경우 등의 요건을 갖춰야 효력이 인정된다.
법원 판단에 따라 외국 법원의 판결이 국내에서 효력을 갖는지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우리 법원 판결은 그 자체로 집행권원이 되지만 외국 판결은 그렇지 않다"며 "외국 법원 판결은 국내에서 집행할 수 있는 판결문, 즉 집행판결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피해자 측은 손해배상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강제징용에 대한 사과를 받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피해자 측을 대리한 김세은 변호사는 "이미 오랜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들은 무엇보다도 사과를 받고 싶어한다"며 "먼저 사과를 받고 정당한 보상을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집행을 하려고 했다면 지난 2013년 고등법원 판결을 기초로 가집행을 할 수도 있었지만 일본 기업과 논의를 통해 사과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기 때문에 하지 않은 것"이라며 "앞으로의 과정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법원에는 아직 일제 강제징용 등과 관련해 미쓰비시 중공업, 주식회사 후지코시, 요코하마고무, 스미세키홀딩스(옛 스미토모석탄광업) 등을 상대로 한 14건의 사건이 남아 있다.
한편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지난 2015년 2차 세계 대전 당시 강제 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사과한 바 있다. 당시 기무라 히카루 미쓰비시 미티리얼 상무는 로스앤젤레스(LA)의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씨(94)를 만나 "미국 전쟁 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머피씨는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미쓰비시 탄광 등에서 강제 노역을 했다. 당시 기무라 상무는 한국인 강제징용자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에 대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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