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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美피츠버그 총기난사…중간선거 영향 끼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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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영향력' 유대인 대응에 워싱턴 정가 촉각

트럼프, 反유대주의 강도높게 비판하는 등 선제대응

이데일리

피츠버그 총기난사 사건 범인 로버트 바우어스. (사진=AFP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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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피츠버그 유대인 예배당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 사회 일부에 자리한 반(反)유대주의를 보여준다.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이 막대한 만큼 다음달 6일 중간선거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것인지 주목된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46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는 범행을 저지르기 오래 전부터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유대인 증오·혐오 발언을 일삼아온 반유대주의자다. 그는 이날 총기 방아쇠를 당기기 5분 전에도 “난 나의 사람들이 살육당하는 것을 앉아서 지켜볼 수 없다. 나는 들어간다”고 적었다.

바우어스의 게시물들을 살펴보면 그는 유대인을 “사탄의 자식들”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으로 이주해오는 이민자 행렬, 일명 캐러밴을 시민을 죽이는 ‘침략자’로 규정하고 유대인이 캐러밴을 돕고 있다고 봤다.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조차 유대인 탓으로 돌린 것이다.

캐러밴을 비판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다른 대부분의 게시글에선 트럼프 대통령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바우어스는 “트럼프가 너무 많은 유대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시온주의자가 정부를 점령했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 그는 범행 이틀 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주의자가 아닌 세계주의자”라며 “(유대인들이) 들끓는 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유대주의가 범행 동기일 가능성이 높다고 CNN 등은 분석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 사회 일부에 자리잡고 있는 반유대주의가 표면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 바우어스의 반유대주의적 발언들은 그가 애용했던 소셜미디어 플랫폼 ‘갭닷컴(Gab.com)’에서는 눈에 띌 만큼 극단적이지 않다. 그만큼 반유대주의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작년에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에서 발생한 유대인 묘지 ‘무더기’ 훼손 사건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범죄다. 묘지를 운영하는 전국 각지의 유대인 커뮤니티들은 끊임없이 테러 위협·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유대주의는 ‘미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것은 인구의 3%에 불과한 유대인’이라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 최대 금융시장 월가 대형 금융사의 90%는 유대인이 주인이다.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도 유대인이 지난 40여년 간 독식했다. 폴 볼커,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전 의장에 이어 사상 첫 여성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 의장까지 모두 유대인이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대다수 미국인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나아가 바우어스처럼 반유대주의로 발전되기도 한다.

문제는 유대인 개인이나 단체들의 영향력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미국 내 유대인 단체 중 하나인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가 연례총회를 개최할 때면, 미국 상·하원 의원들 중 최소 절반 이상이 참석한다.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에서 가장 큰 유대인단체 반명예훼손연맹(ADL)의 대표는 이날 총기난사 사건에 대해 “유대인 커뮤니티를 겨냥한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강조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사건이 중간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워싱턴 정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사건이 특정 집단과 종교를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라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범행 동기에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있기 때문.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이 사회 전반에 갈등과 분열을 촉발시켰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가 총기 규제에 미온적이 태도를 보였던 것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반유대주의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번 사건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사악한 범죄”라며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백악관 등 공공기관에서 31일까지 성조기 조기 게양을 실시토록 지시했다. 공화당에 악재가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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