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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반트럼프 진영’에 잇단 폭발물 소포…미 중간선거 돌발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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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클린턴·소로스·CNN 등 앞으로 파이프 폭탄

트럼프 “모두 단결해야…언론도 거짓 공격 중단할 책임”

민주당 “트럼프 언행 탓 미국 분열”…지지층 결집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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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 민주당 고위 인사들에게 폭발물이 든 소포가 잇따라 발송돼 워싱턴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억만장자인 조지 소로스와 CNN방송 뉴욕지국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강하게 비판하는 인사들과 언론도 소포 배달 대상이었다. 폭탄 소포가 2주가 채 남지 않은 11·6 중간선거의 변수로 떠올랐다.

■ 동시다발 폭탄 배달

전직 대통령을 경호하는 비밀경호국은 2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워싱턴 자택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및 부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뉴욕 자택에 배달될 수 있는 잠재적 폭발물을 각각 탐지해 차단했다고 밝혔다. 비밀경호국은 “소포들은 일상적인 우편물 검사 절차에서 폭발성 장치로 확인돼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경호 대상자들은 소포를 받지 못했고 받을 위험도 없었다”고 했다.

이날 오전 CNN 뉴욕지국이 입주한 뉴욕 맨해튼의 타임워너 빌딩 지하 우편물 보관소에서도 폭발물이 발견됐다. CNN 측은 생방송을 중단하고 직원 200여명을 대피시키는 등 혼란이 벌어졌다. 수신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존 브레넌으로, CNN에 자주 출연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저격수로 꼽히는 민주당의 흑인 정치인 맥신 워터스 하원의원에게 보내는 의심스러운 소포가 의회 우편물 시설에서 사전에 차단됐다. 연방수사국(FBI)은 민주당 대권 잠룡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보내려는 수상한 소포를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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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2일에는 민주당의 주요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뉴욕 자택으로 유사한 폭발물이 전달됐다. 발견된 폭탄 소포들은 비슷한 서류 봉투에 성조기 모양을 비롯한 여러 개의 우표가 붙어 있었고 안에는 검정 테이프로 감싼 15㎝ 길이의 파이프 속에 폭발물이 들어 있었다(사진). 수사당국은 동일범의 소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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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도 발칵 미국 뉴욕 경찰들이 24일(현지시간) CNN방송 지국이 입주해 있는 맨해튼 타임워너빌딩에서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된 후 빌딩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뉴욕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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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 테러 비판 속 책임 공방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미국에서 정치적인 폭력 행위나 위협이 발붙일 곳은 없다”면서 “지금은 우리 모두 단결하고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비열한 행위에 대한 법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위스콘신주 중간선거 지원유세에서는 폭탄 소포와 관련해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며 화살을 언론으로 돌리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언행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맞받았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는 공동성명을 내고 “몇 번이고 계속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물리적인 폭력을 눈감아줬고, 말과 행동으로 미국인을 분열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합을 호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울림”이라고 지적했다. CNN 제프 저커 사장은 트위터에 “백악관은 그들의 계속되는 미디어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고 적었다.

■ 정치적 파장 주목

폭발물 배달 대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강하게 비난해온 민주당 인사들과 언론이다. 이 때문에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등에 대한 테러 시도인 만큼 민주당 지지층 결집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둘러 철저한 진상조사를 다짐한 것도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지만 공화당은 테러로 규정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오늘의 국내 테러리즘 기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적 정치가 원인이라면서도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분위기다. 자칫 이번 사태를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했다가 트럼프 지지자의 결집력만 높일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 “참으로 우려가 되는 시절”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지원을 호소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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