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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국감 앞두고 '쉬쉬'하는 검찰...책 잡힐까 입단속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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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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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말하기가 조심스럽네요. 말하는 자체가 부담스럽습니다."

요즘 서초동 검사들은 외부 인사와 약속을 최대한 줄이는 분위기다. 기자들과 만남도 차일피일 미룬다. 말을 하다가도 "방금 건 안 들은 것으로 해 달라"고 당부한다. 서울중앙지검 모 검사는 "법조에 오래 출입한 친한 기자들이 찾아오면 검사실에서 가볍게 차 한 잔 하곤 했지만, 요즘에는 눈치가 보여 만남을 피하거나 외부로 나가서 조용히 만난다"고 했다.

오는 19일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25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체적으로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다. 앞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 때 지적된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의식해서라고 한다. 대검에 근무하는 한 검사는 "밖에 나가서는 일 이야기가 나오면 ‘허허’ 웃으면서 뭉개버린다"며 "장관까지 ‘문제가 있다’고 하니 더 부담스럽다"고 했다.

지난 12일 법사위의 법무부 국감 때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법원 수사 연일 보도되는 지금 양태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 원칙 위반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수사공보준칙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여론압박 등을 위한 의도로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검찰 수사공보준칙은 ‘기소 전 수사내용’을 공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법부 판단 전에 피의사실을 흘려 피의자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거세지면서 2010년 만들어졌다. 다만 이 준칙이 제정된 이래 처벌을 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괜한 말로 설화(舌禍)에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자’면서도 내심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게 요새는 ‘검찰 때리기’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도 ‘내로남불’인 것이냐"고 했다. 검찰은 중요 사건에 대해 언론에 수사 진행 상황을 제한된 범위에서 알려 왔는데, 그 범주와 종류 등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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