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1 (금)

패시브 〉 액티브…"펀드매니저 믿느니 지수따라 투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패시브 펀드의 설정액(투자 규모)이 사상 처음으로 액티브 펀드 설정액을 추월했다. 펀드 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골라주는 공격적(액티브)인 투자 전략보다는 지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대응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동적(패시브)인 전략이 투자자들에게 각광받은 결과다.

이 같은 현상은 그동안 액티브 펀드 운용 성과에 실망이 컸던 투자자들 사이에 차라리 지수 추종 상품이 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353개 패시브(인덱스) 펀드의 설정액은 25조1034억원으로 액티브 펀드의 전체 설정액 24조5240억원을 넘어섰다. 10월 들어 국내 증시의 하락세가 두드러지면서 패시브 펀드에 6282억원의 뭉칫돈이 쏟아져 들어온 결과다. 반면 같은 기간 액티브 펀드는 투자금 426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지난 5일 사상 처음으로 패시브 펀드의 설정액 규모가 액티브 펀드를 추월하게 됐다.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경쟁은 자산운용업계에서 줄곧 논란이 돼 왔다. 통상 횡보장이나 하락장에서는 전문가가 시장 대비 경쟁력 있는 종목을 잘 선별해 투자에 나서면 시장 초과 수익률(알파)을 겨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액티브 펀드가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 반면 상승장에서는 지수 상승에 따른 시장 수익률(베타)을 상대적으로 싼 거래비용으로 베팅할 수 있는 패시브 투자가 우세하다는 것이 자산운용업계 시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미·중 무역분쟁,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상 확대 움직임 등으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장 상황이 펼쳐지면서 펀드 매니저들에게 가만히 맡겨두기보다는 단기 시장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투자자들 욕구가 커졌다. 10월 들어 패시브 펀드에 자금이 몰린 것도 향후 지수 반등을 겨냥한 기관과 개인투자가들의 단기 저가 매수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10월 한 달간 국내 주식형 기준 자금 유입 상위 펀드를 분석해 본 결과 상위 30개 펀드 모두를 인덱스 펀드와 ETF 등 패시브 유형의 펀드가 휩쓸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코스닥150 지수의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 ETF에 2290억원이 순유입됐다. 펀드 상품 중 투자금 유입 규모가 가장 컸다. 코스피 상승률의 2배만큼 수익을 내는 삼성KODEX레버리지 ETF와 코스피200의 상승률을 수익으로 가져가는 미래에셋TIGER200 ETF 역시 10월 들어 1000억원이 넘는 투자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액티브 펀드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끌어들인 NH-Amundi Allset성장중소형주 펀드의 유입 규모가 43억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패시브 펀드의 막대한 유입 규모가 두드러진다.

패시브 펀드 선호 현상은 올 들어 줄곧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액티브 펀드의 설정액은 25조2325억원으로 18조8887억원에 머물렀던 패시브 펀드의 설정액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액티브 펀드는 7085억원의 투자금이 이탈한 반면 패시브 펀드에는 6조2147억원이 순유입됐다.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패시브 펀드의 낮은 수수료가 단기 시황 대응을 하고 싶은 투자자들 욕구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ETF의 평균 총보수가 연 0.3% 수준으로 평균 1% 초반 수준인 액티브 펀드에 비해 3배 이상 낮기 때문이다. 패시브 펀드가 실시간으로 단타매매를 통해 손실을 줄이거나 차익을 늘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한 것도 전일 종가 기준으로 다음날 거래가 이뤄져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액티브 펀드와는 큰 차이점이다.

특히 일부 액티브 펀드의 저조한 성과는 패시브 펀드로의 자금 유입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중소형주나 배당주 펀드 등 같은 유형의 펀드라도 펀드 매니저의 운용 특성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데, 이를 투자자들이 투자 시점에서 미리 가늠하기란 어렵다. 또 액티브 펀드는 펀드가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보이더라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투자자로서는 정확히 살펴보기 어려운 구조다.

프라이빗뱅커(PB)와 자산관리(WM) 전문가들 역시 재테크 현장에서 패시브 펀드의 우세를 진단하고 있다.

[유준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