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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흙수저의 ‘포인트 인생’…SNS 화제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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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장류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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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소설이 있다. 올해 8월 ‘창작과 비평’ 계간지 신인 부문 당선작인 장류진 소설가(32)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 최근 2주 사이 SNS를 통해 삽시간에 번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내가 직접 쓴 일기를 퇴고하듯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등 공감을 표하는 반응이 상당수. 출판사에 따르면 글의 전문이 실린 홈페이지 링크 조회수는 최근 15만 건을 넘어섰다.

소설 ‘일의…’는 경기 성남시 판교벤처밸리에 입주한 스타트업 회사를 다니는 ‘안나’의 이야기가 뼈대. IT업계 특유의 직장 문화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우동마켓’ 앱을 운영하는 안나의 회사는 아침마다 효율적 보고체계를 도입했지만, 결국 대표이사의 일장연설로 아침조회처럼 변질됐다. 영어 이름 사용을 의무화해 자유로운 의사소통 분위기를 만들고자했으나, 한국 특유의 존칭은 그대로 남은 탓에 “데이빗께서 말씀하신~”과 같은 이상한 문화로 굳어버렸다. 오히려 연장자가 말을 놓기 쉬워졌을 뿐이다.

또 다른 주인공 ‘거북이알’은 우동마켓의 이용자로, 하루에도 수십 건씩 판매글로 게시판을 도배해 직원들의 골칫거리가 됐다. 알고 보니 SNS ‘관종(관심종자)’인 유명 신용카드회사 회장에게 밉보여 월급을 카드 포인트로 받는 바람에 포인트를 현찰로 바꾸려고 우동마켓을 이용하는 직원이었다. 소설엔 대기업이나 벤처회사나 결국 직장인들은 오너에게 고용된 ‘을’의 처지인 건 마찬가지란 씁쓸한 현실이 오롯하다.

전문가들은 ‘일의…’ 인기 요인으로 ‘차진’ 현실적 공감대를 꼽았다. 염승숙 문학평론가(소설가)는 “연민과 동질감을 자아내는 캐릭터성과 유머러스한 전개로 시선을 끌며, 중고거래마켓 앱과 SNS 등 청년세대 ‘소셜(Social)함’의 기쁨과 슬픔을 논하는 세태소설”이라고 평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이 소설은 인사고과에서 마이너스 포인트를 받아서 포인트로 월급을 받아야 하는 흙수저들의 ‘포인트 인생’을 보여 준다”고 했다.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된다. 안나는 어울리지 못할 것 같았던 공대 출신 개발자와 화해하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하며 생각한다.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부터 머릿속에서 코드 뽑아두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겠다고. 안나가 만든 우동마켓이 거북이알의 생계에 도움이 된 것처럼, 거북이알이 기획한 콘서트는 안나의 스트레스 해소를 돕는 것이다. ‘남’으로 각자 위치에서 살고 있는 ‘을’들의 연대가 은연중에 드러나며 여운을 남긴다.

IT업계에서 7년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는 장 작가는 최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또래 직장인을 보면 일과 직업 자체가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거나 자아실현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란 걸 명확히 알고 있다. 또한 이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현실로 받아드린다”면서 “대신 월급으로 회사 밖에서 자아실현을 하며 일의 기쁨을 찾는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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