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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사과하기엔 늦었다" 김포 맘카페가 꺾어버린 30대 보육교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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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김포 어린이집 교사의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맘카페와 ‘이모’에 대한 공분도 함께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11일 김포지역 한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었다.

작성자는 자신의 조카가 어린이집 소풍에 갔다가 넘어졌는데 교사가 돗자리를 터는 것에만 신경쓰느라 아이를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어린이집의 실명을 공개하며 비판적인 이야기를 쏟아냈고, 이를 본 맘카페 회원들은 댓글과 어린이집에 항의전화를 하는 등 동조했다. 경찰이 ‘신고가 들어왔다’며 어린이집을 찾기도 했다.

작성자는 “보다 못한 한 아이 엄마가 돗자리 흙을 털기 바쁜 여성에게 고함을 칩니다. 아이를 밀쳤으면 일으켜 세워야지 돗자리 터는게 중요하냐며. 소풍나온 엄마들도 점점 모여듭니다”라고 교사를 비판했다. 그러나 “봤냐구요? 아니요. 10여명의 인천 서구 사람들에게 들었습니다”라며 실제로는 자신이 보지도 않고 확인된 적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작성자인 아이 이모와 엄마는 이날 맘카페에 글을 올리긴 전 어린이집을 찾았다. 보육교사와 엄마는 원만히 이야기를 끝냈으나 이모는 교사들의 무릎을 꿇리고 물을 끼얹는 등 모욕적인 행위를 했다고 동료 교사는 전했다.

결국 압박을 견디지 못한 30대 보육교사는 이틀 뒤인 13일 자신의 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유서에는 “아이에게 미안하다, 다른 교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해달라, 홀로 계신 어머니와 결혼을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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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교사는 숨진 보육교사에 대해 “CCTV가 공개되면 교사들과 원에 피해를 줄까봐 모든걸 안고 본인이 사는 아파트 13층에 의자를 갖고 올라가며,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시 묶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라며 “아이들과 학부모 동료교사들에게 존중받고 신뢰받던 소중한 동료교사가 이 일로 인해 하늘로 가는 원통한 일이 생겼다”고 슬퍼했다.

그녀가 아동학대를 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다른 학부모들의 증언도 나왔다. 한 학부모는 “정말정말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엄마보다도 더 좋아하는 선생님이었습니다. 견학 당일에도 선생님게 젤리를 준다며 공돌이 젤리를 사들고 버스에 올랐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상황이 아동학대라면 저는 수없이 더 심한 학대를 하며 아이 둘을 키웠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 아이 선생님의 명예 회복을요”라고 덧붙였다.

문제의 시발점이 된 김포지역 맘카페는 이후 비판적인 게시물을 삭제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일이 커져 사업에 문제 생기니 일부러 삭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카페 측에서는 논란이 번지자 “추모 메시지는 게재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카페 운영진은 “아이가 아픈게 싫었고 누군가 살인자로 몰리는걸 모른체 할수도 없는 저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라며 “그 이모님마저도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실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게시하신 분들께 개인적으로 삭제하겠다고 글을 남겼습니다”라고 비판적인 의견을 삭제했음을 인정했다.

이어 “추모의 글은 막지 않겠습니다. 다만 비난과 원망과 분노가 아닌 추모로만 가득차길 바랍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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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맘카페를 제외한 절대 다수의 인터넷 커뮤니티와 기사 댓글은 해당 맘카페와 이모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하다. “이모도 신상을 털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맘카페를 전부 폐쇄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분노가 쏟아지고 있다. 해당 맘카페는 현재 회원 가입을 차단했고, 이모에 대한 신상털기는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사건을 두고 ‘아동학대로 오인받던 교사가 자살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랐다. 15일 작성자는 “견학지에서 아동학대로 오해받던 교사가 지역 맘카페의 마녀사냥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며 “정작 카페는 고인에 대한 사과나 반성 없이 관련 글이 올라오면 삭제하기 바쁘고 작성자를 강퇴시키고 있다”고 억울함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하루만인 16일 낮 12시 현재 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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