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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금융위기에도 30% 이익률, 땅짚고 헤엄친 송유관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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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민영화 후 17년 영업이익률 25.6%…530억 배당한 사이 설비 수선·유지에는 150억 써]

머니투데이

대한송유관공사(이하 공사)가 민영화된 후 17년간 연평균 25.6%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화 전 대부분 구축된 송유관과 저유소를 통해 이용 관련 수익을 낸 덕이다. 민영화 후 시설 수선과 유지에 지출된 금액이 매출의 0.5%에 그친 점도 높은 이익률 실현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송유관공사가 2001년부터 2017년까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기간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8819억원과 739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25.6%인 것으로 집계됐다.

2014년 이례적으로 5%대 이익률에 머문 것을 제외하면 매년 두자릿수대 이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화된 2008년에도 이익률은 29.5%였다.

공사는 민영화 후 높은 이익률을 바탕으로 재무구조를 빠른 속도로 개선시켰다. 2000년 341.7%였던 부채비율은 2001년 민영화 후 9년 만인 2009년 88.8%를 기록하며 한자릿수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공사는 부채비율이 33.1%에 불과한 초우량기업이다.

공사는 별다른 시설투자 없이 송유관과 저유소 등에 대한 이용료를 정유회사로부터 안정적으로 받는 사업구조 덕에 높은 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울산과 여수 등에 위치한 정유사들은 석유제품을 공사의 송유관을 통해 주요 도시 인근 저유소로 보낸 뒤 이를 각 지역 주유소에 공급한다.

공사의 핵심 설비인 송유관과 저유소 대부분은 민영화 이전에 마련됐다. 울산·여수와 서울을 잇는 남북송유관과 205만9000배럴이 저장 가능한 수도권 유류공급의 핵심 판교저유소를 비롯, 경인송유관(인천-고양·김포공항), 대전저유소 등이 공사가 국가 소유이던 1990~2000년 사이 건설됐다. 한국산업조직학회에 따르면 이 기간 880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가 집행됐다. 연평균 880억원이 투자된 셈이다.

반면, 민영화 이후 시설투자는 매년 약 99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기준 8952억원 수준인 공사 유형자산의 1.1% 수준이 연간 시설투자에 집행된 셈이다. 특히 시설 수선과 유지에 집행된 비용은 민영화 17년간 총 15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설 운영에 필요한 공사 전체 임직원도 지난해 기준 374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이들에게 지급된 급여는 1인당 평균 1억567만원이다.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공사는 2011년부터 배당을 시작했다. 2011~2017년 배당으로 집행된 금액은 총 530억원. 민영화 후 시설 수선·유지비 총액의 3.5배다. 이 배당금은 지분 41%를 들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을 비롯, GS칼텍스(28.62%), 에쓰오일(8.87%) 등 주주사들에 배분이 됐다. 이들은 공사에 이용료를 내는 고객이기도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경영난에 허덕이던 공사가 '짠물경영'으로 위기에서 탈출한 것은 민영화의 성과로 보인다"며 "하지만, 우량기업으로 거듭난 뒤에도 배당보다 안전투자 등을 아낀 것은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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