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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전 세계 자동차의 30%를 사들이는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국내 자동차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자동차 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그동안 연평균 5% 이상 성장세를 이어오던 전 세계 자동차 판매 시장은 중국 시장 침체 탓에 올해는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수요 감소와 관세율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면서 실적이 급전직하로 추락하고 있다.
15일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9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239만4100대로 집계됐다. 지난 1~9월 자동차 누적 판매대수는 2049만6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중국 자동차 판매는 7월부터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7월 중국 자동차 판매 증가율은 -4.02%를 기록한 데 이어 8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9월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1.6% 급감하며 2월(-11.1%)보다 낙폭을 키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90년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이어오던 중국 자동차 판매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할 전망"이라며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중국의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올 4분기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3분기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중국의 연간 자동차 판매량이 전년 대비 1.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도 얼어붙은 소비심리 탓에 올해 자동차 판매 전망치를 수정했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는 "당초 올해 중국의 자동차 판매가 전년 대비 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판매량 기준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것이 지금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2888만대로 전 세계 판매량 중 31%에 이른다. WSJ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판매 성장세가 꺾이면서 올해 전 세계 자동차 예상 판매량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9700만대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에 자동차를 수출해 왔던 외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중국 자동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6월 말 기준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61.6%에 달하기 때문에 외국 자동차 기업에 중국은 주요 시장으로 통한다. 미국 포드는 9월 중국 시장 판매량이 43%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포드 주가는 연초 대비 30% 이상 빠졌다. 미국의 또 다른 대표 자동차 기업인 GM도 올 3분기 중국 시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들었다. 중국은 7월부터 수입 승용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미국산 자동차에는 40% 고율 관세를 매기고 있다.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일본 등 업체들도 타격을 입긴 마찬가지다. 특히 영국 자동차 기업인 재규어 랜드로버는 9월 중국 시장 판매량이 46% 감소했고, 독일 폭스바겐 역시 11% 정도 판매량이 줄었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연말까지 자동차에 대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연간 판매량이 10만대에 못 미치는 자동차 업체들은 점차 중국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합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미·중 통상마찰이 고조되면서 소비심리가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자동차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샤오정산 중국자동차유통협회 비서장은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불안 요소 때문에 중국 자동차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농촌 지역의 자동차 소비 활성화 대책이나 중고차 매매에 관한 부가가치세 조정 등과 같은 조치가 나오면 자동차 판매량이 증가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에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보급률은 인구 1000명당 144대다. 일본의 1000명당 500대, 한국의 1000명당 360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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