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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공짜라더니…강남재건축 곳곳 특화설계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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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송파구 진주아파트와 미성크로바 재건축 단지 전경.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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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만 수천억 원에 이르는 강남 재건축 사업장에서 특화설계 등 추가 비용 부담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지난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인삼각' 대형으로 무리한 속도전을 폈던 조합과 시공사는 올해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나자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비난전에 나서고 있다. 다만 지난해 시공사 선정 경쟁 때와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제는 '시간이 자기 편'인 시공사들이 갑(甲)의 위치에 서 있다.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미성크로바 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일부 조합원이 시공사인 롯데건설의 시공사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며 조합을 상대로 지난 9월 소송(총회결의 무효 확인의 소)을 걸었다. 여기서 주요 쟁점은 롯데건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에게 스카이브리지 3개와 지하주차장 1개층 증축에 대한 특화설계를 무상 제공하겠다고 홍보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조합원들은 당초 롯데건설이 재초환 부담금이나 조합원 이사비 명목으로 569억원을 무상 제공하기로 했다가 지난해 10월 시공사 선정 총회 당일 이 금액을 특화설계 비용으로 쓰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잡한 선거 과정을 거쳐 롯데건설은 GS건설을 누르고 시공사로 선정됐고, 재초환을 피하기 위해 연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무리해야 하는 조합은 사흘 만에 시공사 계약을 마쳤다.

미성크로바 조합원 A씨는 "시공사 선정 당시 롯데건설이 지하 3층 주차장과 스카이브리지 건설을 무상으로 해주겠다고 해서 조합원들이 폭발적인 지지를 보냈다"며 "시공사 선정 사전선거가 마무리되던 시점에 슬그머니 입장을 바꾸고 이후 '모르쇠'로 버티고 있는 시공사를 교체해야 한다는 조합원들 의견이 비등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주가 시작된 재건축단지가 중간에 시공사를 바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성크로바의 경우 이주비 대출에 대한 조합의 이자 부담만 매달 2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측은 "제안했던 내용에 대해선 일부 조정이 있더라도 그대로 이행할 것"이라며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조합원 요구나 특화설계는 단가 협의를 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도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시공사인 현대건설은 수주 당시 조합에 5062억원 규모 특화설계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점검 결과, 무상으로 약속한 5026억원이 조합에 제시한 공사비(2조6363억원)에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초구 한신4지구 재건축 사업도 내홍에 휩싸였다. 한신4지구 조합원 6명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조합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원들은 GS건설이 제안서에 1500억원에 가까운 공사비를 누락했다며 입찰 당시와 명백히 다른 내용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 당시부터 시공사 선정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역시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재건축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재초환 부담 회피 시점을 연말로 못 박으면서부터 구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이 이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건설사들은 지난해 대어급 재건축 사업장이 몰려 나오면서 물불 가리지 않고 출혈경쟁을 했지만 수주 이후에는 시간이 급한 조합을 상대로 느긋하게 계산기를 튕기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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