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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우디, 왕실 비판 언론인 실종에 큰소리…제재하면 "보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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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사우디 경제력 내세워 국제사회 압박…발언 수위는 조절]

머니투데이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지난 4월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다란에서 열린 제29차 아랍연맹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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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실종 사건의 배후에 사우디 왕실이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경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다. 사우디 정부는 모든 제재에 더 큰 보복으로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14일(현지시간) 사우디 왕실은 국영 SPA통신을 통해 "(사우디에 대한) 경제적 제재, 정치적 압력, 근거 없는 비난 등 어떠한 위협에 대해서도 강경한 거부 의사를 표한다"며 "만약 (제재) 행위가 있으면 더 큰 행위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우디 경제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오직 글로벌 경제 상황뿐"며 "사우디 정부와 국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이전과 다름없이 영광스러울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같은 날 사우디 국영방송인 알 아라비아의 투르키 알다크힐 국장도 논평을 통해 "미국이 사우디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 전 세계를 뒤흔들 경제적 참사가 벌어질 것"이라며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올라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했지만, 100달러 200달러 또는 그 두 배까지 뛰어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곧이어 사우디 왕실은 발언 수위를 조절했다. 주미 사우디 대사관 측은 "최근 (사우디 왕실) 성명의 의도를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말아 달라는 것"이라며 "(알다크힐 국장의 논평은) 사우디 지도부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사우디 왕실은 최근 서구권 기업 및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대규모 국책 사업에 착수했지만 이미 많은 기업이 카슈끄지 실종에 대한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 독자적으로 사우디와의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밝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도 최대 무기 수입국이자 중동 정책의 핵심인 사우디 제재에 소극적이지만, 최근 미 의회와 국제 사회의 압박이 커지자 조금씩 발언 수위를 높이는 상황이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 왕실이 언론인 실종 배후에 있을 경우 "가혹한 처벌(severe punishment)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슈끄지는 사우디 출신으로 미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사우디 왕실을 비판해왔다. 그는 지난해 9월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고 망명 생활을 하다가,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의 결혼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을 방문한 후 실종됐다. 터키 수사당국은 카슈끄지가 영사관에 도착한 지 두 시간 안에 살해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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