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을 받기 위해 통로에 길게 늘어선 노숙인은 100여명에 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닥에 앉아 담배를 피우거나,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는 노숙인도 있었다. 낯선 광경에 몇몇 시민들은 노숙인들을 흘겨봤다. 지하철을 타러 가던 직장인 이민지(29)씨는 "왜 여기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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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배식소를 마련해 다른 사람들의 불편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주무관청인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현재 2개의 단체가 정기적으로, 3~5개 단체가 비정기적으로 영등포역에서 노숙인에게 배식 활동을 하고 있다. 해당 단체들은 모두 종교 단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영등포역에서는 배식행사가 두 차례 열렸다. 이들은 각기 다른 단체였다. 한 단체는 지하철역 외부 출입구 앞 인도에서 초코도넛을 나눠줬다. 또 다른 단체는 매주 목요일 밤마다 노숙인에게 도시락을 나눠주고 있다.
이날 이들이 준비한 도시락은 총 160인분이었지만, 나눠준 지 15분 만에 동났다. 된장국을 퍼주던 남성은 "날씨가 추워지면 도시락 받으러 오는 노숙인들이 더 많아진다"고 말했다.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당산동에 산다는 전업주부 류혜선(41)씨는 "술 취한 노숙자가 쳐다보면서 손인사하고 이러면 괜히 해코지 당할까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대학생 김덕기(26)씨는 "노숙자 인권도 중요하겠지만, 공공시설을 개인주거 목적으로 점유하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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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쉼터를 마련해 줘도 구속감을 느끼는 노숙인들이 지하철역에 모이다 보니 지금과 같은 풍속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인근 교회에 작은 급식소를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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