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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4 (목)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 8개월 만에 '순유출'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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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우려와 신흥국 금융 불안이 부각되면서 지난달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20억달러 가까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된 것은 한미 금리 역전이 예고된 지난해 1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한국은행은 9월 외국인 채권투자 자금유출이 일시적 현상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시장에서는 추세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양국 사이의 환율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위안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에 동조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9월 중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증권 투자금은 14억1000만달러 순(純)유출됐다. 주식 투자금이 5억6000만달러 순유입됐지만, 채권 투자금이 19억8000만달러 순유출된 영향이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순유입세를 보이던 채권 투자금은 8개월 만에 순유출세로 돌아섰다. 특히 순유출 규모는 지난해 9월(34억7000만달러 순유출)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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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관계자는 "연중 외국인 채권 자금은 상반기 많이 들어왔다가 하반기 빠져나가는 흐름을 보인다"며 "특히 지난달 초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 물량이 있어 순유출세를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세를 보인 것은 일시적이고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게 한은 실무진의 판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대규모 만기가 도래한 9월 초(1~11일 중)에는 채권 자금이 31억달러 넘게 유출됐지만, 이후(12~30일 중)에는 11억달러 넘게 유입돼 순유출 규모가 축소됐다. 한은은 계절적인 특성상 연말까지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리스크 요인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자금 유출에 대한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꾸준한 통화 긴축에 나서는 가운데 취약 신흥국에서 발생한 금융 불안이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언제든 외국인 자금 유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외환건전성이 양호해 당장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둔화세가 뚜렷하고 외부 충격에 따라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등 불안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중 간 무역분쟁이 통화전쟁으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원화 자산이 급락할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는 15일쯤 발표될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내용이 외국인 자금 이탈에 대한 방향성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재무부가 일각의 우려대로 중국을 환율조작극으로 지정할 경우,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내외 건전성이 견조하기 때문에 채권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이 확대될 경우 유입세를 보이는 채권 자금이 유출세로 반전될 수 있다"며 "한국 채권시장의 대외 익스포저가 확대된 상황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미중 무역분쟁이 고조되고 신흥국 금융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 변동성은 다소 확대됐다. 원·달러 환율의 평균 변동폭(전일 대비)은 8월 3.5원(0.31%)에서 9월 4.0원(0.36%)으로 커졌다.

지난달 외평채 CDS 프리미엄(5년 만기 국채 기준)은 39bp로, 전달(42bp)보다 3bp 하락했다. 그만큼 국내 은행의 외화차입 여건이 개선됐다는 의미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된 영향이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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