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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어린이집 '야생동물 체험' 유행 "구렁이 목에 걸고…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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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문가 체험학습 진행하기도, 안전사고 무방비 노출

어린이·동물 모두 질병에 노출, 관련 기준도 없어

뉴스1

3살된 유아 목에 둘러진 뱀.(사진 제보자 제공)© News1


(서울=뉴스1) 김연수 기자 = #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 8월 어린이집에서 보내준 사진을 받고 깜짝 놀랐다. 3살 된 아들 목에 큰 뱀이 둘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동물체험 수업 중 찍은 것으로 위생이나 혹시 모를 돌발 상황이 걱정 됐지만,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이 같은 수업을 많이 한다는 말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최근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이같은 야생동물을 만져볼 수 있는 체험학습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수업은 비전문가에 의해 진행돼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기준을 제정하고 체계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동물애호단체 등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동물수업'을 검색해 보면 어린이집 아이들이 구렁이, 사막여우, 너구리, 코아티, 스컹크 등의 야생동물을 만지거나 거북이, 당나귀, 말을 타고 있는 사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가운데는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의해 국제적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된 설가타 육지거북, 이구아나 등도 있다.

일회성 또는 연 계약으로 이러한 이동식 동물체험을 신청 받는 곳은 작은 업체 또는 일반 개인들이다. 관련 기준이 미흡해 유아교육에 대한 지식이나 (야생)동물에 대한 전문 지식 없이도 체험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적정한 사육시설을 갖추고 신고만 하면 해당 동물을 사육하고, 이동 동물원 형태로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적정한'이라고 표현돼 있지만 각 야생동물의 자연적 활동 범위에 비하면 매우 작은 면적인데다 비전문가 아르바이트생도 있어 정작 본인들도 수업중 물려 상처 입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개방된 사육·전시시설을 갖추지 않는 업체의 경우 야생동물들을 어디에서 데려왔는지, 적절한 환경에서 올바른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없어 오히려 동물카페나 실내동물원보다 더 음성적"이라며 "야생 동물(양서·파충류)을 인터넷에서 분양, 판매하는 업체가 부수입으로 이동식 동물체험 서비스를 운영하거나 거꾸로 이동 동물원 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야생동물을 증식, 분양,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동물과 어린 아이들이 각종 질병에 노출되고 아이들의 교육적 측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동물을 반드시 만진다고 해서 동물보호, 생명존중을 학습할 수 없다"며 "그 나이의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동물이든 사람이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인데 오히려 호기심에 의해 만지고 하는 것이 '내가 그보다 우위에 서있다'는 느낌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장학습을 하기 전 답사를 나갈 때도 너무 동물들을 좁은 곳에 가두거나 만지게 하는 곳은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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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직접적으로 만지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는 아이도 있는데 명확한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만지게 하는 것이 과연 좋을까라고 생각한다"며 "인지적인 측면에선 다양한 동물을 보는 것이 좋을 수는 있지만, 그에 앞서 동물도 생명체로서 동물에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교육이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도 "올해 5월 보건복지부가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동식 동물체험활동 자제령을 내렸던 것처럼, 교육청 차원에서도 제재를 더 강력히 해야 한다"며 "왜곡된 '생태 교육'을 표방하며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동물권을 침해하는 '사설 이동동물원'은 당장 금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1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신을 어린이집 교사라고 소개한 청원인이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어린이집에서 동물수업이란 이름 아래 동물학대가 이뤄지고 있다"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기도 전 생명을 경시하는 것 먼저 배우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하는 글이 올라왔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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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737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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