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PBR이 가장 낮았던 2015년~2016년의 평균치(0.92배)와 비교하더라도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라면서도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특히 PBR의 경우 지주회사 증가로 인한 중복계산(Double-counting)으로 왜곡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오히려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낮은 PBR이 저점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상승의 이유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최근 증시 약세가 과거 기록적인 폭락 때와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PBR의 의미가 더 약해지고 있다. 김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최근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9.6% 내렸는데, 이는 2011년 8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래 처음이다. 김 연구원은 "지난 11일 코스피지수의 낙폭(98.94포인트) 역시 기록적이었다"며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100포인트 이상 하락한 경우도 5번뿐"이라고 했다. 특히 코스피지수가 9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일은 1990년 이후 세차례인데, 당시에는 북한의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닷컴버블 붕괴 등의 이슈가 있었다.
따라서 국내 증시 폭락의 시발점인 미국 증시 급락은 미·중 무역분쟁이나 국내 기업의 이익 둔화 등 연내 계속 불거졌던 악재와 구분해야 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의견이다. 그는 "미국 증시의 급락은 새로운 악재의 등장"이라며 "미국 국채금리 상승으로 주가대비가치가 높은 종목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수년간 미국 증시의 주도주로 활약해 온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 IT 대표 종목)의 급락이 나타난 것이 우려 요인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김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됐기 때문에 어닝시즌(실적 발표 기간)에 대한 기대치도 낮은 상태"라며 "이익사이클 상승 반전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오은 기자(ohe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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