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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헛도는' 삼각지 재개발, 신탁방식 전환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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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생생부동산]한달새 1.7억...올라가는 삼각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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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49년차를 맞은 삼각맨션 전경. 삼각맨션부지 특별계획구역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십수년째 개발이 답보 상태다. 삼각맨션과 한전 창고부지를 포함해 주상복합으로 개발하겠단 계획으로 지난 9월초 실거래가격이 급등했다./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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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 로타리에 궂은비는 오는데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비에 젖어 한숨짓는 외로운 사나이가

서글피 찾아왔다 울고 가는 삼각지’


1967년 가수 배호의 1집 앨범 히트곡 ‘돌아가는 삼각지’ 가사의 일부다. 배호가 곡을 녹음할 때만 해도 삼각지는 아담한 동산에 분수가 어우러진 로터리였다. 퇴근 무렵 황혼길엔 군복차림 젊은이와 아가씨의 데이트 풍경이 익숙한 곳이었다. 노래가 히트의 절정으로 거리를 휩쓸 때 삼각지로터리엔 말 그대로 돌아가는 입체교차로가 생기기도 했다.

입체교차로는 1994년 철거돼 흔적도 없다. 1970년 입주한 삼각맨션은 50년 세월을 홀로 떠안은 듯 낡고 위태롭다. 한강대로를 따라 늘어선 화방들도 썰렁하다. 과거 영광을 기억하는 대구탕 골목의 손님들이 위안이다. 대구탕 골목을 품은 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 4만1744㎡는 한강로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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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지역 일대의 상징인 대구탕골목 입구. 양·곱창집 '평양집'과 함께 가성비와 추억을 찾아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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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 ‘동향’ 조망 희소성… 신탁방식 검토

2012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취득했지만 조합 내부의 분란으로 사업이 늦어져 신탁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이다. 지난 9월초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관련 사업설명회를 열기도 했다. 조합원은 265명, 용적률은 448.023%로 공동주택 476가구(임대 44가구 별도)와 오피스텔 338실이다. 업무동은 25층, 공동주택은 32층이다.

구역 내 존치하는 국방 레스텔(BOQ)을 편입하는 결합개발방식을 추진, 사업성을 높이는 방법을 타진해왔다. 사무시설은 BOQ만큼 국방부에 넘겨주고 BOQ만큼 공동주택을 추가 분양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조합의 내분이 깊어져 건축심의 후에도 기한(2년) 내에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하고 수년째 사업이 지연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신탁방식으로 전환하면 아무래도 다시 속도를 내지 않겠느냐”며 “삼각지역 일대 용산파크자이, 대우월드마크 등 초고층 주상복합촌이 이미 형성됐고 캠프킴 부지개발 등 호재가 있는 데다 용산국가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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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한강대로62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한강로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오른쪽은 '삼각맨션부지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뉜다. /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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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가상징거리인 한강대로의 위상이나 일대 개발 현황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낙후됐다. 앞으로 용산공원을 ‘남동향’으로 영구조망할 수 있는 자리기도 하다. 지난해 7월 분양한 용산국제빌딩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용산 해링턴스퀘어’의 경우 용산시티파크2단지와 용산센트레빌아스테리움에 가려 일부 동만 북동향으로 용산공원을 볼 수 있으나 분양가는 3.3㎡당 3204만~4253만원에 달했다.

◇중대형 지분 매물 대부분, 초기투자비 부담 커

거래는 드물다. 정체된 사업속도에도 불구하고 소형 빌라는 희귀성 때문에 3.3㎡당 1억원 넘고 그마저 매물이 없다. 상당수가 중대형 단독주택과 근린생활시설이다 보니 거래단위가 10억~30억원대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말 대지면적 112.7㎡ 단독주택(연면적 221.69㎡, 한강대로62 나길)이 22억9000만원에 실거래됐다. 3.3㎡당 6705만원이다.

같은 달 중순에는 대지면적 61.8㎡(연면적 41.12㎡, 이태원로4가길) 단독주택도 11억원에 실거래돼 3.3㎡당 5876만원을 기록했다. 단독주택이다 보니 구역 내에서도 입지, 관리상태, 연면적, 구조에 따라 세입자를 들이기 어려운 집이 상당수다. 1주택자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이 원천봉쇄돼 초기 투자비가 크고 실제 개발이 본격화하기까지 기회비용이 적지 않다.

삼각지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로구역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에 소액으로 접근할 수 있는 매물이 없어 마주 붙어있는 삼각맨션에서 소액투자 물건을 찾는 이가 많고 매물이 나오면 즉시 거래된다”고 말했다. 삼각맨션이 속한 ‘삼각맨션부지 특별계획구역’은 정비구역이 아니다.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지 10여년 됐으나 아직 조합설립도 안된 사업추진 초기 단계다. 한전 변전소 부지 8626㎡와 삼각맨션 3개동을 합쳐 2만860㎡ 규모다. 구역 내에는 삼각맨션 외에 한강로변의 노후상가 60가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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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로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지 일대 거리/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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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삼각맨션 한 달 새 실거래가 1억7000만원↑

입주 49년차의 삼각맨션은 130가구, 2개동 6층 아파트로 삼각지 일대에서 소액투자가 가능한 희귀매물이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삼각맨션 32.4㎡(이하 전용면적 기준)는 1년 새 1억1000만~1억3000만원가량 올라 4억6000만~4억8000만원대에 시세가 형성됐다.

같은 기간 70.4㎡는 1억8000만~1억9000만원 올라 8억원이다. 하지만 최근 실거래가는 이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달 초 70.74㎡의 국토부 실거래가는 8억9500만원(5층)이다. 불과 한 달 만에 실거래가가 1억7000만원 뛰었다. 호가의 경우 9억원을 훌쩍 넘는다.

48.93㎡는 지난 6월 중순 6억원, 35.37㎡는 올해 4월초 4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말에는 대지지분이 없는 32.4㎡ 타입 매물도 4억1000만원에 계약이 됐다. 대지지분이 없으면 추후 종전자산평가에서 불리하고 추가분담금이 크지만 그만큼 프리미엄을 먼저 주고 입주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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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산역 아모레퍼시픽 본사 쪽에서 삼각지역까지 이어지는 한강로2가의 단독주택과 꼬마빌딩 거래가 늘고 있다. 배우 신민아도 올해 이 지역에 55억5000만원 상당의 땅과 부속 건물을 매입했다. /사진=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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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아가 찜한 ‘용리단길’, 리모델링 후 변신 중

삼각맨션부지 특별계획구역은 대지지분 대비 거주자 수가 많고 상가를 끼고 있어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삼각맨션이 한전부지를 일부 점용해 순수한 삼각맨션 부지만으론 사업이 어렵다. 실제 삼각맨션 주민과 한전 측의 갈등이 깊다.

한전이 자사 부지 중 4620㎡를 떼어내 삼각맨션 3개동 부지와 결합, 정형화하고 일대를 타워형 주상복합으로 공동개발하겠다는 그림이지만 조합설립인가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오히려 재개발구역에서 떨어진 한강로2가 삼각지역 3번 출구에서 신용산역 1번 출구 사이 뒷길 주택가에서 거래가 보다 활발하다. 주택을 사들여 리모델링한 후 카페나 식당으로 개조하는 곳이 늘고 있다. 일대 랜드마크로 부상한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까지 이어지는 이른바 ‘용리단길’이다. 배우 신민아도 올해 이 지역에서 3.3㎡당 5300만원, 총 55억5000만원에 땅과 부속건물을 매입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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