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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2018국감]야당이 집중공격한 강경화 WP 인터뷰,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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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청사에 10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예상대로 최근 한반도 평화정착 프로세스에서의 정부 역할, 비핵화 전망 등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이 집중적으로 공세를 편 부분은 지난 4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뉴욕에서 가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당시 강 장관은 인터뷰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대화를 되살리기 위해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과 상호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첫 단계에서 완전한 핵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 협상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며 핵신고서 제출 요구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밝혔다. 핵 신고서 제출을 협상의 맨 앞에서 놓는 방식으로는 진행이 잘 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였다.

야당 의원들은 이날 이 부분을 집중 성토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신고서 제출이 비핵화의 첫 출발점”이라며 강 장관의 발언이 북한 편을 들어 미국의 협상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대한민국 외교장관이 아니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인 줄 알았다”는 인신 공격까지 나왔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과 달리 핵신고서 제출을 첫 단계에 요구하면 협상이 깨질 것이라는 지적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다. 미국이 처음에 요구했던 완전한 핵신고서는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협상의 자산을 한꺼번에 몰수하고 난 뒤에 대화를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일 평양을 방문해 대화 재개의 물꼬를 트고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고 자평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진전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이 핵신고서 제출과 같은 비현실적 요구를 보류하고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하는 ‘현실적 접근법’으로 전략을 바꿨기 때문이다. 미국 스스로도 현 단계에서는 핵 신고서 제출이 가능하지 않은 요구라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마치 강 장관이 일방적으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고 한·미 간에 분란을 일으킨 것처럼 공세를 펴는 것은 전혀 상황과 맞지 않는다.

사실 인터뷰 내용 중 강 장관의 실수는 따로 있다. 강 장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가 상당히 의미 있는 조치라는 설명을 하면서 “이걸 하면 미국은 ‘종전선언과 같은(such as)’ 상응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종전선언을 얻어내기 위해 영변핵시설을 폐기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제재완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다. 강 장관이 발언이 현재 상황이나 정부의 입장과 부합하려면 ‘종전선언을 포함한(including)’이 되어야 한다. 실제 강 장관의 이 발언은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강 장관의 이 발언을 두고 단순한 실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강 장관이 정부의 정책 방향과 북핵 협상의 핵심적 요소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강 장관은 이날 야당의 질문 공세에 명료하고 일관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여 국감장 주변에서는 장관이 현안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게 맞느냐는 말도 나왔다.

전직 외교 안보 분야의 한 고위 관리는 “장관은 야당의 우려가 제기될 때 해소시킬 수 있어야 하고 오해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잘못된 주장에 대해서는 반박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강 장관이 오늘 국정감사에서 보여준 모습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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