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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방탄법원단” 대법원 국감에 쏟아진 비난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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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8 국정감사]사법농단 수사 영장기각에 비판 한목소리

“‘주거의 평온’ 등 기각 사유 본 일 없다”

야당, “김명수 사법부가 법원 불신 자초”

김 대법원장 증언 문제로 한때 퇴장 소동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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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대법원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사법농단 의혹과 법원의 잇따른 압수수색영장 기각 등이 집중적으로 추궁됐다. 야당 의원들은 법원에 대한 신뢰 추락이 ‘김명수 대법원’이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농단 주역들의 압수수색 영장이 ‘주거의 평온을 해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줄줄이 기각됐다”며, 안철상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김창보 행정처 차장, 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사법정책실장 등에게 “법관 생활을 하면서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된 사례를 들었나”라고 물었다. 안 처장 등으로부터 “그런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은 백 의원은 “네 명의 법관 경력이 모두 100년이 넘는데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유독 사법농단 사건에서만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기각됐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자신의 주거 압색을 예상하고 지인의 집으로 갔는데 영장판사가 그조차도 주거의 평온을 이유로 기각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 처장은 "주거의 평온은 기본권 문제라 충분히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영장 심사도 재판이며 법적 요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인 만큼, 처장으로서 재판에 대해 언급하기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안 처장은 ‘아직도 재판거래가 없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특별조사단 단장으로 당시 조사한 바에 의해 재판거래는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행정처장으로서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국민은 사법부를 ‘방탄판사단’이라고 부른다. 검사동일체 원칙보다 훨씬 센 판사동일체 원칙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영장 문제는 이제 사법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판 등에서 법원이 직권남용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자세로, 유죄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의 사법농단 사건도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많은데, 이에 대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의 조응천 의원은 신광렬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 등이 ‘정운호 게이트’ 관련 대응문건을 만들고 구속영장 내용을 법원행정처로 유출한 의혹 등을 지적하면서, “법원 예규에도 중요사건에 대한 보고 책임자는 일반직 공무원인 주무과장으로 돼 있는데 이를 어기고 판사가 사건 내용을 윗선에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등의 모습이 법원에 대한 신뢰 저하로 직결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처장이 “수석부장판사가 주무과장과 지휘관계에 있으므로 (행정처 보고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해명했으나, 조 의원은 “예규에는 영장은 사건 종국 때 보고하라고 돼 있는데 이번 경우는 영장 접수 때부터 보고했다. 상세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법원 해명도 맞지 않는다”고 거듭 지적하자, 안 처장은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입을 닫았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안철상 행정처장 등이 법원장 시절 받았다는 공보관실 운영비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면서, 회의 초반 김 대법원장의 증인 출석을 내세워 한때 집단 퇴장을 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특히 지금의 사법부 불신이 김 대법원장의 지도력 부족과 잘못에서 비롯됐다고 질타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사법부 권위는 자유한국당이 아니라 대법원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언론의 평가를 봐도 어느 쪽도 칭찬하지 않는다. 허약하고 무능한 리더십으로 사법부 신뢰를 돌이킬 수 없이 추락시켰고, 동아리와 코드 중심 인사로 사법부의 격을 떨어뜨렸으며, 사법개혁에서도 기득권 지키기로 무사안일이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장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여러 회의체를 확고한 리더십으로 묶어내 함께 끌고 나가지도 못했다. 구성원들의 합의를 끌어내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해 국민의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창피하게 사법부가 검찰과 싸우고 있고, 이제는 증거인멸까지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사법농단을 했다면, 김명수 사법부는 개혁을 한다면서도 오락가락하는 불분명한 리더십으로 사법부 신뢰를 완전히 추락시켰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영장 발부 문제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찾아오니까 대법원장이 만나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켰다. 이러니 국감 현장에서 직접 질문에 답변하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자업자득”이라며 “선택과 집중으로 사법개혁을 하고 김 대법원장은 용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공보관실 운영비 수령 문제를 거듭 따진 뒤, 구체적인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김명수 사법부가 말하는 양승태 사법부의 적폐는 정치적 목적으로 좌파가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주장에 불과함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주광덕 의원도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을 밝히자는 것이냐 덮자는 것이냐. 보수성향 법관들을 ‘찍어내기’ 하고 결국 내 편만 보호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같은 당 소속 여상규 위원장도 “법원 안에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이념편향 단체가 있어 사법부 신뢰가 저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여 위원장은 이날 저녁 재개된 국감에서 대법관·헌법재판관 후보자들의 인사검증 자료를 달라는 자유한국당 장제원·김도읍 의원의 요구에 대해 안 처장이 “법률에 근거한 규칙에 따라 비밀을 요하는 자료여서 안 된다”며 한사코 거부하자, 돌연 “뭐가 법률에 근거한 규칙이란 말이냐! 나중에 종합국감 때 대법원 국감이 되게 만들 거예요! 좀 답변을 하셔야지 말이야”라며 고성을 질렀다. 여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거친 말과 고성을 주고 받은 바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국감 말미 마무리 발언에서 “문제되는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만이 사법 신뢰를 되찾는 길이라고 믿는다. 사법행정개혁을 위해서라도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자유한국당 쪽이 끈질기게 문제삼은 공보관실 운영비에 대해서도 “법원장의 대외활동 지원에 쓸 수 있다는 당시 행정처 지침에 따라 공보·홍보 활동경비로 쓰고 공보관, 관내 지원장 등에게 지원했다. 증빙 자료 없이 쓴 것이 예산회계지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송구하다”고 밝혔다.

여현호 선임기자 yeop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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