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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평화 상징’ 교황 평양 방문, ‘한반도 평화’ 국제 지지 끌어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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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방북 자체로 남북화해 각인 효과

정상회담 동행 김희중 대주교

“남북 화해 교황청에 알리겠다”

백두산서 김 위원장에 말하자

“꼭 좀 전달해주십시요” 화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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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프란치스코 교황 초청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나왔다. 문 대통령의 교황 방북 초청 제안에는 ‘평화’와 ‘안정’이라는 한반도 새 질서를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을 통해 승인받고, 북한을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안내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20일 열린 평양 남북정상회담 중에 김 위원장에게 먼저 교황 방북 초청 제안을 꺼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9일 “두 정상이 여러차례 식사도 함께 하면서 사실상 2박3일 내내 이야기를 나눴다”며 “문 대통령이 평양 정상회담이 국제적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그 방법의 하나로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27 남북정상회담 이틀 뒤 “남북 지도자들의 용기있는 결단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6월 북-미 정상회담 직전에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로운 미래를 보장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도를 요청해왔다.

김 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마지막날인 20일 백두산 천지에서도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한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에게 ‘교황에게 남북의 화해 노력을 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대주교가 ‘김정은 위원장이 스위스에서 유학도 오래 했으니 관광의 중요성을 잘 알 것이다. 북한의 자연경관이 수려하니 스위스에서의 경험을 살려 관광사업을 하면 번창할 것이다’라고 했고, 이에 김 위원장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며 “그 연장선에서 김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 평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교황청에도 알리겠다’고 하자 김 위원장이 허리를 꾸벅 숙이며 ‘꼭 좀 전달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대주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난주 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남북관계에 관해 말씀을 드렸다. 초청하면 교황님이 가실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이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세계 생태평화공원 같은 평화의 상징으로 지정하고, 세계적인 행사를 마련해 그런 기회에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의 지도자들과 함께 교황님도 초대해서 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황 방북은 2000년 6월 1차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이 제안하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락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교황 방북이라는 ‘사건’을 통해 본궤도에 오른 한반도 새 질서를 되돌릴 수 없도록 하고 국제사회의 지지와 승인을 얻겠다는 뜻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교황의 방북이 성사되면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물론 동북아 냉전 구도를 끝내고 동북아 다자평화안보체제 구축이라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도 속도감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뉴욕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이 올바른 판단임을 확인해주어야 한다”며 “이제 국제사회가 화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교황청을 공식 방문해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축복과 지지를 재확인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연철 노지원 기자, 조현 종교전문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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