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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한국 경제 내년이 더 어렵다…성장률 일제히 2%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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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기관이 한국에 대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3%대의 성장을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9일(현지 시각)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심화하는 미ㆍ중 무역 갈등,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을 세계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하며 올해와 내년의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와 0.3%포인트씩 내린 2.8%와 2.6%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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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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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지난달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지난 7월 때보다 0.1%포인트씩 내린 2.9%와 2.8%로 내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BOA메릴린치ㆍ노무라ㆍ골드만삭스 등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 등도 전망치를 2%대로 고쳐 잡았다. 기관마다 하향 폭은 차이가 있지만 흐름으로 본다면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내심 기대하던 3% 경제성장률은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다.

국내 전망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오는 18일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8%로 내릴 게 유력하다. 지난 7월 당시 전망치를 3.0%에서 2.9%로 낮춘 데 이어 3개월 만에 다시 내리는 것이다.

이는 대내 위험요인과 대외 불안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시적으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은 부진이 심각하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도체를 제외한 자동차ㆍ철강ㆍ중공업ㆍ석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대표 기업들의 상반기 이익은 전년에 비해 줄었다. 수출 역시 반도체를 빼면 증가세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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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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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주력 산업들이 고령화하며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신성장동력을 못 찾고 있다”며 “과감한 규제개혁을 통해 미래성장사업 발굴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거시적으로는 고용이 최악의 상황을 보인다는 점이 경기에 부담이다. 소비의 선행 격인 고용이 침체하면 내수 부진에 벗어날 방도가 마땅찮다. 그간 경기를 뒷받침하던 건설 경기도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대책에 움츠러들 조짐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등 상품 가격은 오르면서 교역 조건이 나빠지고, 미ㆍ중 통상전쟁으로 무역 환경이 악화하고 있는 점도 한국 경제에 짐을 지우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같은 비용 충격을 가하다 보니 지표가 좋게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가 그나마 괜찮아 보이지만, 상당 부분이 해외 재화 및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중심으로 늘고 있어 국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경기 선행지표인 설비투자는 지난 8월 전달보다 1.4% 낮아져,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9월부터 열 달 연속 감소한 이후 약 20년 만에 가장 긴 감소세다. 세계 경기의 확장세가 주춤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세가 꺾이고, 그 여파로 설비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 이를 근거로 주요 기관들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펴낸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우리 경제는 수출과 소비 중심의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으로 ‘회복세’라는 진단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7월 이후부터는 “대외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말을 추가했지만 여전히 소비가 늘고, 생산이 조정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은 유지하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 ‘경제 정책 수정론’이 제기되지만,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소득주도성장의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이는 민간 경제연구소와 경제학계의 우려와는 다른 목소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국내외 경제 7대 이슈’를 통해 한국의 2%대 저성장 흐름이 굳어지면서, 구조적인 장기침체 논란이 내년에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홍준표ㆍ정민 연구위원은 “한국경제는 투자 위축, 소비 부진의 장기화가 예상되며 노동 투입 축소, 노동생산성 정체 등에 진입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설비투자는 반도체 설비 투자가 대부분 끝나서 여력이 없고, 건설 투자는 마이너스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성장률을 끌어올린다고 단기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기업의 투자를 북돋고, 해외로 나가는 돈을 국내에 쓰게 만드는 식으로 정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ㆍ장원석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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