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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중앙부처 보도자료 절반이 잘못된 한글 표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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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점프를 위한 STAR 프로젝트…’ ‘바이오·나노분야의 특성을 분석하여 해당 분야의 바틀넥을 해소…’ ‘필리핀·베트남 바이어를 대상으로 서비스 제품을 전시·시연하고…’ ‘생존률, 바틀넥, 격고’

정부 부처가 최근 5년간 내놓은 보도자료의 절반 정도가 국어기본법·맞춤법을 어기거나 불필요하게 과도한 외래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도자료에 퀀텀점프와 바틀넥, 바이어 등을 사용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글 사용법 오류가 가장 많은 부처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한글날인 9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국어원에서 받은 ‘중앙행정기관 보도자료 개선 권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작성한 보도자료 1만9789건 가운데 48.6%인 9618건이 국립국어원의 개선 권고 지적을 받았다. 국립국어원은 9618건의 보도자료에서 3만2292건의 표현이 맞춤법 오류나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 등으로 어문규범을 어겼다고 분석했다.

부처별로는 외래어 사용 빈도가 높았던 과기정통부가 2758건으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9월 배포한 ‘국내 중소 ICT 기업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다’라는 보도자료에서 ‘겪고’를 ‘격고’라고 쓰는 등 맞춤법을 틀리기도 했다. 지난 2월 배포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기반 창업과 기술이전으로 고급 일자리 창출에 앞장선다’란 자료에서는 ‘생존율’을 ‘생존률’이라 쓰고 ‘대약진’ 대신 ‘퀀텀점프’라고 작성해 지적을 받았다.

3월9일 ‘국민이 체감하는 연구성과는 일자리입니다’란 자료에서는 ‘보틀넥’도 아닌 ‘병목 현상’을 의미하는 ‘바틀넥’이라고 쓰기도 했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표기법상 ‘bottleneck’은 보틀넥이 바른 표기이며 쉬운 우리말 표현인 병목 현상으로 바꾸어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의 뒤를 이어 산업통상자원부(2031건), 기획재정부(2014건), 중소벤처기업부(1984건), 외교부(1952건), 금융위원회(1841건), 농림축산식품부(1789건), 국토교통부(1275건), 고용노동부(1229건), 보건복지부(1161건) 순으로 많은 지적을 받았다.

국립국어원은 최근 5년간 총 1933건의 공문을 중앙행정기관에 발송해 잘못된 한글 사용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다. ‘국어기본법’ 14조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인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고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설훈 의원은 “국립국어원으로부터 행정기관이 여러 차례 보도자료 개선 요구를 받았음에도 개선하지 않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언어의 공공성 향상과 올바른 국어 보급 및 순화 활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주영재·이효상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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