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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MT리포트]디젤車, 멈춘 성장엔진…브레이크 없는 '쇠락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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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편집자주] '클린디젤'이 '더티디젤'로 바뀌게 된 것은 '욕심'때문이었다. 기업의 욕심은 소비자의 신뢰를 앗아갔고, 디젤은 자동차 시장에서 퇴출위기를 맞았다. 성장엔진이 꺼져 종말을 향해 가는 디젤차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봤다.

[디젤車의 종말]국내 디젤차량 신규 등록 3년 전보다 11% 감소...주요 車기업 '탈 디젤'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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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왼쪽)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이 2015년 10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 '디젤게이트' 관련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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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 차량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이 ‘탈(脫) 디젤’을 선언하고, 경영자원을 친환경차에 투자하고 있어서다.

아우디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최근 BMW 디젤 차량 화재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시장도 디젤 차량 판매가 3년 전보다 11% 이상 줄었다.

9일 한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국내 디젤 차량 신규 등록대수는 55만4348대로 2015년(1~8월)과 비교하면 11.2%(6만9818대)나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차량 판매가 3.7%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체감하는 감소폭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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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는 더 빠르게 디젤 차량 판매가 무너지고 있다.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디젤 차량의 판매대수는 4530대로 점유율 26.3%를 기록했다. 수입 디젤 차량이 월 5000대 미만이 팔린 것은 2012년 2월 이후 6년 7개월만에 처음이다. 2015년 수입차 10대 중 7대(68.9%)꼴로 판매되던 수입 디젤 차량 판매는 올해 44.1%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디젤 차량이 한계가 봉착했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디젤 차량이 환경적으로 가장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에 가장 먼저 없어질 모델로 보인다"며 "높은 효율을 요구하는 특수차량을 제외하면 내연기관 차량에서 디젤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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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BMW 연달아 문제…"더 이상 디젤車 영광 없다"=
3년 전만해도 디젤 차량은 ‘싸고 연비 좋은 친환경차’로 통용됐다. 정부도 ‘클린디젤’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로 분류해 보급을 장려했다. 실제 2010년 48만대에 불과했던 국내 디젤 차량 판매량은 2015년 96만대로 2배나 늘었다.

하지만 2015년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아우디폭스바겐은 전 세계에 판매한 디젤 차량 1100만대에 소프트웨어 조작 장치를 달아 배출 가스시험을 허위로 통과했다. 싸고 연비는 좋았으나 친환경차라는 이미지는 조작된 것이었다.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있었다. SCR(선택적촉매환원장치) 등을 추가로 설치하면 배출가스 기준을 충분히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SCR은 기본 가격이 200만원 이상 비싸고, 경유 5만원어치를 주유할 때마다 1500원가량의 요소수를 넣어야 했다. 유지비가 적은 디젤 차량의 이점이 사라지는 셈이다.

BMW는 SCR 장착 대신 배출가스저감 장치인 EGR(배기가스재순환장치)의 한계를 끌어 올리다 결함이 발생했다. EGR 결함으로 올해 국내에서만 40대 이상의 차량이 불에 탔다. 최근 EGR 교체 차량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결함 가능성이 제기 되고 있다.

한 독일 자동차 기업 임원은 "디젤엔진 자체는 매우 훌륭하고 한때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었다"며 "하지만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영광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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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되는 규제…글로벌 기업들 '탈 디젤'=
여기에 전 세계 각국의 친환경 기준이 강화되면서 ‘탈 디젤’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더 엄격한 새로운 디젤 차량 배출가스 측정 방식인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Worldwide harmonized Light-duty vehicle Test Procedure)이 도입되면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차는 ‘그랜저’,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의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했다. 기아차의 ‘K5’, ‘K7’도 디젤 모델 생산이 오래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승용차 부문에서 디젤 모델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FCA(피아트클라이슬러)는 2022년까지 모든 디젤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토요타는 유럽시장에서 디젤 모델 판매를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닛산과 볼보도 차세대 디젤엔진 개발을 중단하고, 그 자원을 친환경차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격과 내구성이 개선되면서 찾는 소비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탈 디젤’의 원인 중 하나다.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판매 비중은 4.6%로 2015년(2.1%)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도 자리를 잡고 있다. 김 교수는 "정부차원에서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등에 대한 지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과거 100년간 가솔린과 디젤이 내연기관을 양분했듯이 향후 친환경차 시장을 나눠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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